
경기 부천시 도장공장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고 김진석 소방위(44)가 순직하고, 소방관 5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을 계기로 소방관의 희생을 요구하는 현행 시스템을 '살리는 진화'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위험 상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소방점검을 내실화하고, 생명이 위협받는 현장에 로봇 등 첨단 장비를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부천시 오정구 도장공장은 매년 자체 소방점검을 실시했고, 가장 최근 점검은 올해 8월이었다. 당시 도장공장 측은 '이상 없음'이라는 취지로 소방서에 점검 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 당국 등의 합동감식 결과 이 공장에선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용기 180여 통이 발견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민간에서 연 1, 2회 안전 점검을 실시해 소방서에 보고하지만 현실적으로 서류 확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소방관들이 진행하는 화재안전조사는 전체 건물의 10~20%만 샘플링으로 실시해 한계가 크다. 퇴직 소방관 등을 활용해 조사 인력을 늘리고 점검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수량' 중심의 위험물 관리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지정수량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위험물의 종류별 위험성을 고려해 법적 규제가 적용되는 최저 수량이다. 인세진 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지정수량 미만의 인화성 물질이라도 밀폐 공간에선 치명적인 유증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단순 수량 확인을 넘어선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립된 대원을 구하는 신속동료구조팀(RIT) 편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IT는 2023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일선 소방서마다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소방관 2명이 숨진 지난 4월 전남 완도군 수산물 가공공장 화재 때도 RIT 편성과 운영이 미비했던 점이 소방관 희생을 막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김길중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RIT가 즉시 발령돼도 구조대는 소방서에 하나밖에 없다"며 "도착하는 데 5분, 현장 파악하는 데 5분, 투입하는 데 5분이면 골든타임은 끝난다"고 지적했다.
정환희 서원대 교수의 2024년 논문 '신속동료구조팀의 해외 운영사례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는 선착대 안에 초기 구조팀을 함께 편성한다. 소방대원이 고립될 정도로 불이 번진 상황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선착대에 RIT를 포함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장 소방관의 위험 부담을 덜어줄 첨단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청은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대원 진입 전 유증기 등을 식별하는 센서형 장비와 드론, 보행형 소방로봇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무인소방로봇 9대(108억원)와 4족 보행 로봇 40대 보강(160억원)을 비롯해 피지컬 AI 개발 예산 876억원이 반영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첨단 장비 도입과 관련해 "현재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실험과 현장 실증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 장비를 보완하고 개선해 계속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선 장비 운용 인력을 포함한 인력난 해소가 더 시급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로봇 조종에 추가 인력이 두세 명씩 붙는다. 문제는 지금 출동할 소방관도 없다는 점이다. 또 로봇개가 서울에 2, 3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실제 투입되려면 소방서마다 한 대씩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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