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수용자를 대신해 지불한 병원비의 회수율이 최근 5년간 9%에 그쳤다. 이미지는 AI를 사용해 만들었다.


국가가 대납한 수용자 병원비의 회수율이 최근 5년여간 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가가 병원비 대납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수용자의 상환 능력과 별개로 국가의 채권 관리 절차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수용자 병원비 180건을 대납했다. 액수로는 총 6억7048만원이다. 이 가운데 회수액은 6079만원으로, 전체의 9.07%에 그쳤다. 연도별 미회수율은 2021년 66.35%에서 2022년 88.14%, 2023년 96.71%로 높아졌다. 2024년에는 87.71%로 낮아졌지만, 지난해에는 97.58%까지 올랐다.





법무부는 낮은 회수율의 주된 원인으로 '수용자의 경제적 사정'을 꼽았다. 반면 법조계는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판결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채권 소멸시효 관리 문제에 주목한다.

최근 국가는 최씨 대신 지급한 병원비 3927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 김도요 부장판사는 최씨가 병원비를 부담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국가의 구상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재정법상 국가의 금전채권은 별도 규정이 없으면 5년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소멸한다. 최씨 측은 국가가 대신 병원비를 낸 2020년 10월23일로부터 5년이 흐른 2025년 11월25일에 소송이 제기했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판사 출신 강민구 변호사(법무법인 도울)는 "국가채권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채권 발생 즉시 전산에 등록하고 소멸시효 만료 1년 전 자동 경보를 발령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적법하게 조사해 실효성이 있는 경우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병원비 미회수가 "국가 재정손실뿐 아니라 성실하게 납부하는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원 변호사(위솔브 법률사무소)는 "'회수가 어렵다'와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원칙적으로 민간의 일반 민사채권은 시효가 10년이지만 국가 금전채권은 5년이다. 오히려 국가는 더 서둘러 관리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납 즉시 납입고지와 독촉, 소멸시효 관리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