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국의 기술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해외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늦춰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정부 재논의가 수년째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고시 개정 여부가 K톡신의 해외 진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과 균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전면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는 2010년 톡신 생산기술을 지정한 데 이어 2016년 균주까지 보호 대상에 포함했다. 관련 기술을 해외로 이전할 때는 일정 요건에 따라 정부의 사전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톡신 제조사들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유지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톡신 생산기술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이미 상용화됐다. 이제는 균주나 제조공정보다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역량, 해외 품목허가, 판매망 확보 등 사업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규제에 따른 행정 절차를 해외진출의 걸림돌로 꼽는다. 현행 규제상 관련 기술 해외이전이나 합작법인 설립, 현지 생산시설 구축 과정에서도 정부의 승인·신고 절차를 밟아야 해서다. 정책토론회를 주관한 한국시민교육연합에 따르면 승인 절차에는 평균 4~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변경이나 보안요건 보완이 겹치면 1년 가까이 늘어난다.
해외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 경쟁사에 유통망과 거래처를 선점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후발 기업은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써야 해 부담이 커진다.
한국시민교육연합이 지난해 9월 톡신 업체 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7곳 중 14곳(82.4%)이 지정 해제에 찬성했다. 해외 진출 기회 상실과 파트너 설득 부담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계약 지연과 사업 기회 상실 등에 따른 업계의 연간 기회손실을 900억~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는 행정 규제 완화를 넘어 톡신 생산기술과 균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발 주자, 특히 신생 바이오 벤처기업은 해외 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 단축을 적용하고 있지만 규제 존속의 명분만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규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톡신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묶어 얻는 국가적 이익이 현 단계에서 거의 없는 반면 산업계가 치르는 비용은 막대하다고 짚었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와 같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기술 지정 유지 여부를 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지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해 최종 판단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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