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도중 숨진 카이스트 대학원생이자 러닝 인플루언서 고 유지원 씨를 애도하는 이들이 ‘추모런’이라는 이름으로 달리기에 나서고 있어 새로운 추모 문화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유지원 인스타그램


마라톤 대회 도중 숨진 20대 러너를 기리겠다며 일부 러닝 동호인들이 달리기 기록을 SNS에 올리면서 추모 방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 고 유지원 씨를 추모하는 이른바 '애도런', '추모런'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유씨는 지난 1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6 서울레이스'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결승선을 약 500m 앞두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유씨는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연구하는 동시에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러닝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비보 이후 일부 러너들은 고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달렸다며 운동 기록을 공개했다.

네티즌 A씨는 평소 유씨를 응원했다면서 갑작스러운 비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란다는 추모 메시지와 함께 '추모런'이라는 이름으로 10㎞ 달리기 기록을 인증했다.
20일 일부 러너들은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달리기를 했다며 '추모런', '애도런'이라는 이름을 붙여 달린 거리와 시간 등 운동 기록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온라인커뮤니티



또 다른 네티즌 B씨는 고인이 완주하지 못한 거리를 대신 달리겠다는 취지로 "유지원 님, 남은 500m 우리가 마저 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와 함께 "러너의 마음과 부모의 마음을 느끼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25.01㎞를 2시간29분 동안 달린 기록을 공개했다.



추모를 위해 달린 뒤 운동 기록까지 공개하는 행위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달리기 도중 발생한 사망 사고로 러닝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다시 달리기를 통해 애도를 표현하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러닝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일부는 "나 역시 러너지만 기괴하게 느껴진다", "이런 행동이 오히려 다른 러너들까지 비난받게 만든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고인을 추모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운동 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고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달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를 굳이 게시하면 추모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도 "SNS가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 "애도마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된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추모 방식은 개인의 선택인 만큼 지나친 비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단지 고인을 생각하며 달렸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추모 방식이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진정성까지 의심할 수는 없다"며 각자의 애도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미국에서는 러닝 도중 살해된 엘리자 플레처를 기리기 위해 미국 전역의 러닝 커뮤니티가 그의 달리기를 이어 완주하는 추모 활동을 벌였다. 영국 맨체스터의 와이선쇼 커뮤니티 러닝도 2023년 세상을 떠난 동료 마이크 던을 기리며 추모 달리기를 열었고, 이후 기념 10㎞ 대회도 개최했다.

한 러너는 "이해 못 하실 수도 있지만, 러너는 러너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추모한다"는 의견을 적었다. 다만 SNS에 인증샷을 게시하는 방식까지 일반적인 추모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