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관련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논의하기 위해 탄핵소추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에 나섰다. 양당이 탄핵소추안 처리 시점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구속기간 만료를 앞둔 김건희 여사의 석방 여부가 논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드리면서 행동을 촉구했다"며 "김건희 구속 만료 이전에 입장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회동 후 "의견을 청취하는 차원"이라며 "원내에서는 탄핵과 국정조사 등 여러 안들을 놓고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혁신당이 민주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4개 정당에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혁신당이 지난 19일 공개한 탄핵소추안에 담긴 사유는 △지난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과정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 거부 △격려금 지급과 업무추진비 집행 의혹 등이다.

혁신당은 되도록 김 여사의 구속기간이 끝나는 오는 31일 전에 탄핵소추안을 가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씨 여론조사 무상 수수, 통일교 금품 수수 등 3대 의혹 사건으로 지난해 8월 구속돼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달 29일 첫 합의기일에 이어 오는 22일 두 번째 합의기일을 열기로 하면서 구속기간 만료 전 상고심 선고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김 여사의 구속 상태가 유지되려면 대법원이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 상고심에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15일 이 사건 재판부에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탄핵소추안 처리의 열쇠를 쥔 민주당은 오는 30일까지 예정된 국정감사가 끝난 뒤 조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이상)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의석이 12석인 혁신당은 단독으로 발의조차 할 수 없다. 반면 161석인 민주당은 단독으로 발의와 의결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국감이 끝나는 바로 다음 날 김 여사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민주당은 김 여사의 석방 여부를 지켜본 뒤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건희 석방 문제하고 조희대 탄핵이 굉장히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석방되면 민주당 안에서 '탄핵 불가피론'이 확산하고 지지층의 뒷받침 속에 탄핵 추진 동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구속이 유지되면 역풍을 우려한 신중론에 무게가 실려 민주당과 혁신당의 공조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혁신당이 김 여사를 끌고 왔지만 조 대법원장 탄핵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그것에 민주당이 화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이 중대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 아닌 만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어렵고 여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풍이 불면 민주당은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