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즉석밥으로 자리 잡은 햇반이 출시 30주년을 맞았다. 햇반의 성장에는 농가와 환자의 밥상을 지키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CJ제일제당은 농가에 수확한 쌀을 판매할 여건을 마련하고 희귀질환 환자에게 매일 먹을 수 있는 밥을 선보이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왔다.
25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2009년 10월 출시된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들을 위한 특수식 '햇반 저단백밥'은 올해로 생산 18년째를 맞았다. CJ제일제당은 약 8억원을 들여 제조 기술과 생산시설을 갖추고 7개월간의 연구 끝에 제품을 선보였다.
저단백밥은 PKU(페닐케톤뇨증) 환아를 둔 한 직원의 건의에서 출발했다. PKU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페닐알라닌을 정상적으로 분해하지 못하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이다. 당시 국내에는 환자용 저단백 즉석밥이 없어 환자들은 일본 제품에 의존해야 했다.
CJ제일제당은 별도의 단백질 분해 기술과 제조공정을 개발해 저단백밥의 단백질 함량을 일반 햇반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쌀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만 약 24시간이 걸려 일반 햇반보다 생산 시간은 10배 이상 길고 제조원가는 2배 이상 높다.
국내에서 저단백 식단이 필요한 환자는 약 200명에 불과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CJ제일제당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제품이라는 판단 아래 생산을 이어왔으며, 누적 생산량은 300만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성인 환자들이 제품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질병관리청,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협력해 '희귀질환자 특수식 구매체계'를 마련했다. CJ제일제당 측은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과 글로벌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저단백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협력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햇반이 지켜온 식탁 뒤에는 국산 쌀을 생산해 온 농가들이 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국산 쌀 구매량은 약 6만5000톤이다. 같은 기간 국내 식사용 조리식품·도시락류 제조용 쌀 사용량(15만2800톤)의 40%가 넘는다. 2001년 800톤과 비교하면 구매량은 81배가량으로 늘었다.
증가한 수요는 농가와의 장기적인 협력으로 이어졌다. 2010년부터 아산·진천·익산 등 주요 쌀 생산지역에서 계약재배를 추진해 현재 전국 14개 지역 약 2500개 농가로부터 햇반용 쌀을 공급받고 있다.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CJ제일제당은 국산 쌀을 꾸준히 조달하는 구조다. '햇반 이천쌀밥', '햇반 아산맑은쌀밥' 등을 선보이며 지역 쌀의 인지도를 높였다.
협력은 쌀 생산·가공 인프라를 함께 마련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2019년 충남 아산에 벼의 보관·건조부터 가공·포장까지 한 곳에서 처리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을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이 가공 설비를 지원하고 충청남도와 아산시가 설립 비용을 분담했으며, 아산선도농협이 운영을 맡는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벼 품종 개발에도 나섰다. 2022년 가공용 벼 품종 '동행'을 개발해 국립종자원에 품종출원을 마쳤다. 지난해 아산선도농협을 통해 약 1만톤 규모로 계약재배를 시작했으며 올해는 1만2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품종 개발과 계약재배 확대를 통해 국내 쌀 산업의 생산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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