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성지로 불리는 이태원역 상권에서 주말 한낮에도 사람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공실과 임대 광고를 붙인 가게들도 눈에 띈다./사진=김노향 기자,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서울의 외국인 성지인 이태원 상권이 조용해졌다. 지난 8월29일과 이달 21일 방문한 용산구 이태원로 27가길은 청소 차량 외에 움직이는 것을 보기가 어려웠다. 낮 1시가 넘어도 문을 연 가게가 서너 곳에 불과했고 군데군데 공실이 발생해 '임대' 안내문이 붙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해밀톤호텔 뒤쪽 세계음식거리로 불리는 이 골목은 2022년 핼러윈데이 인명 사고 후에도 인파가 줄지 않았던 곳이다. 갑작스런 유동인구 감소는 이태원역 대로 앞의 한남2구역 재개발 이주가 올해 2월 시작되며 심각해졌다.

이태원역 앞 카페 직원 A씨는 "주말 낮에 발 디딜 틈도 없던 메인 골목이다. 지금은 반나절 내내 인적이 드물고 영업하지 않는 가게도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가본 한남2구역 재개발 골목은 몇 집을 빼놓고는 굵은 테이프로 엑스(X) 표시가 돼있거나 페인트로 '완료' 글씨가 써져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을 짐작케 했다.



이태원역 상권 침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용산구의 상권 점포 수는 1만9584개로 직전 분기(1만9698개)보다 114개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16개 점포가 사라졌다. 매출액은 3692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89억원, 전년 동기 대비 239억원 줄었다. 최근 3년 동안 추이를 보면 △2023년 2만613개·4369억원 △2024년 2만270개·4217억원 △2025년 1만9836개·4258억원으로 점포 수는 감소해도 매출은 2024년부터 회복했다.

K컬처 유행과 국립중앙박물관 인기로 용산구 관광객 수가 증가한 것과는 대조된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용산구의 관광객 수는 올 1월 931만명에서 6월 1007만명으로 8.2%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는 재개발 이주를 상권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진수 하이부동산 대표공인중개사는 "한남 재개발 이주가 시작되며 주거 인구 감소에 대응해 인근 상권으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카페, 외식업과 같이 생활밀착업종은 소비 수요가 감소할 것에 대비해 상인들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남2구역은 900~1000가구 조합원이 대거 이동하는 강북 재개발의 상징이자 용산의 지도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다. 시공사 대우건설은 이주 개시 후 8개월 만에 퇴거율이 99% 진행됐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에 철거와 착공이 예상되며 2031년 완공이 목표다. 최소 5년 동안 주거 수요 공백이 발생해 향후 소비 회복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구는 올해 92억원의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올해는 이태원1·2동에 추가로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용산구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 인접 상권에 대한 별도 지원사업은 없지만 핼러윈 사고 영향을 받은 이태원1·2동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리 1.5%대 추가 대출을 각 1억원 한도로 총 10억원 지원하고 있다. 특별 금리 인하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