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올해 3분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동 전쟁 기간 비싸게 매입한 원료 대비 제품 판매가격이 하락한 데다 고질적인 중국발 공급과잉까지 겹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만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83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뒤 2분기까지 흑자를 이어갔으나 3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치대로라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1836억원을 한 분기 만에 반납하게 된다. 다른 기업들 역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3076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한화솔루션도 전 분기 대비 34% 감소한 2034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배터리·태양광 이익이 섞인 연결 기준이 아니라 석화 부문만 떼어 보면 낙폭은 더 크다. 증권가는 LG화학 기초소재 부문이 2분기 4270억원 흑자에서 3분기 1500억~1600억원대 적자로 돌아서고,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871억원에서 160억원 수준으로 80%가량 줄 것으로 내다본다.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하지 않은 금호석유화학도 흑자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영업이익은 864억원으로 2분기(3390억원)보다 70% 넘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적 악화의 주된 배경으로는 역래깅 현상이 꼽힌다. 역래깅은 원료를 사들인 시점과 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의 가격 차이가 손실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앞서 상반기에는 전쟁 이전 저렴하게 확보한 원료로 생산한 제품 판매가가 오르며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하반기에는 반대 상황이 나타나며 실적 부담이 커졌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4월 톤당 314.86달러에서 3분기 초반인 7월 평균 68.87달러로 축소됐다.
돌파구는 고부가 사업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용 제품 대비 기술적 차별성이 높은 만큼 원자재 가격 변동 영향을 덜 받고, 고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도 고부가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연내 준공·상업 가동을 추진 중인 율촌 컴파운딩 공장을 기반으로 스페셜티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컴파운딩 소재 생산 역량을 높이고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지속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LG화학은 2035년까지 R&D에 15조원을 투자해 AI 기반 고부가 소재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 등 육성사업에 R&D 자원의 70%를 배분하고, AI 기반 신규 응용 분야와 선도 기술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6월 CEO 직속 신사업 개발 조직을 신설해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 외 사업인 신재생에너지로 케미칼 부문 부진을 메운다는 전략이다.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 잉곳부터 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공급망을 구축하며 생산 경쟁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개발에도 속도를 내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용 타이어 핵심 소재인 SSBR을 중심으로 고부가 합성고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산 3만5000톤 규모의 SSBR 생산설비 구축을 마치고 상업 가동에 돌입한 가운데 생산 능력 확대는 물론 제품 개발을 병행하며 사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일부 기업은 생산설비 구조조정도 병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HD현대케미칼과 롯데대산석화를 합친 통합법인 H&L어드밴스드를 지난 9월 출범시켰다. 전남 여수에서는 롯데케미칼과 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 합작사)가 노후 설비 감축과 생산시설 통합에 나서고 있다. 설비 감축과 고부가 전환의 속도가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회복 시점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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