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수혜 산업의 수출 증가액 일부를 부담금으로 걷어 피해 산업을 지원하자고 제안했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준조세 성격의 수출부담금이 기업 경쟁력을 약화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헌법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수출부담금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누군가의 희생에 기반해 혜택을 보면 최소한의 부담을 하자"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무적인 협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도 X(옛 트위터)에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렸다.
CPTPP는 일본·영국·캐나다·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FTA다. 정부는 지난 8월 CPTPP 가입 논의를 재개했으나 농어업계 반발이 커지자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경제적 영향분석 잠정 결과에 따르면 협정 발효 후 15년간 제조업 기반 생산파급효과는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농림수산업 생산은 농업 7100억원, 수산업 817억원, 임업 606억원 등 연평균 85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부담금은 이미 법인세를 내는 수출기업에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과 기준이 이익이 아닌 수출액이라면 원자잿값 상승이나 환율 변동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도 부담금을 내야 한다. CPTPP 효과로 늘어난 수출액만 가려내기도 어렵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수혜 기업과 피해 기업이 섞일 수 있는 데다 CPTPP 외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수출 변동까지 걸러내야 해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별도의 부담금을 신설하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출 확대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 새로운 부담을 지우기보다 피해 산업의 경쟁력 강화, 구조조정과 전직 지원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위헌 논란도 제기된다. FTA 수혜 산업의 이익 일부를 걷어 피해 산업을 돕는 무역이득공유제는 2015년 한·중 FTA 비준 당시 논의됐지만 위헌 논란 등으로 무산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출부담금은 WTO 규범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출부담금으로 특정 자재의 수출이 줄어들어 자국 내 공급이 과잉이 되면 국내 기업들이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당 자재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준조세 성격도 있는 데다 수출기업의 정의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 해당 기업이 수출하는 모든 품목에 부담금을 부과할 것인지 등 실무적인 문제도 복잡해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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