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해킹 사태 주요 일지/신재민 편집위원


지난달 30일 오전 5시5분(한국 시간)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4000억원이 넘는 자산(약 63억달러)이 유출됐다. 공격자는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과 출금 승인 인프라를 노렸고 10개 블록체인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XRP), 테더(USDT) 등 185종의 가상화폐를 빼냈다. 수조원대 가상화폐는 단 20분 만에 해커의 손에 넘어갔다.

공격은 바이낸스 직원의 노트북에서 시작됐다는 시각이 많다.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은 공격 36시간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고 별도 지갑에서 공격 코드를 시험·예행연습한 뒤 실제 탈취에 나섰다. 확보한 자금은 해커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지갑으로 분산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이더리움과 같은 다른 자산으로 전환하는 복잡한 자금 세탁 전략을 사용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바이낸스 해킹의 배후로 북한의 국가 지원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했다. 지난해 2월 트레이더트레이터가 바이비트에서 약 15억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했을 때 비트코인으로 전환한 뒤 여러 블록체인의 주소로 분산한 수법과 자금 세탁 방법 등의 공통점을 확인했다. 블록체인 정보업체 TRM랩스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인 아리 레드보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 강도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북한은 1986년 김일군사대학을 설립해 해커를 양성했고 총참모부 아래 전자정찰국 사이버전지도국(기술정찰국·121국) 등을 만들어 전략부대로 키웠다"며 "과거처럼 정보를 빼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가상화폐를 유출해 미사일 개발자금 등 조직을 운영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북한은 대학생들이 전 세계 1700여명이 참가한 미국 IT 기업 주최 국제 코딩대회에서 1위부터 4위까지 휩쓸며 주목받기도 했다.

황진태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경제적 목적과 정보·정찰 역량 강화를 위해 해킹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한국의 군사정보 탈취와 경제적 목적의 사이버 공격을 연계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가상자산 거래량의 44%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보안망이 뚫리면서 국내 거래소도 해킹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 등은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화폐이용자보호법과 감독규정에 따라 고객 가상화폐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한다. 나머지 자산은 고객의 입출금에 대응하기 위해 핫월렛에 맡긴다.

콜드월렛 보관비율을 높이면 해킹에 노출된 자산을 줄일 수 있으나 핫월렛이나 자금이 이동하는 출금 승인체계의 안전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업비트에서 솔라나 계열 가상자산 약 445억원이 외부 지갑으로 유출됐다. 당시 보안 전문가들은 거래 서명 과정에서 사용되는 난수의 예측 가능성이나 반복적인 패턴이 개인 키 노출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보안도 흔들릴 수 있다는 충격을 줬다. 한국도 가상화폐를 이동할 때 수차례 확인하는 다층적인 인증체계를 갖추고 지금의 사전 예방 중심에서 실전에 대비한 방어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