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1~10월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한 9300억 달러로 집계되는 등 사상 처음으로 9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 쌓여 있다./뉴시스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조달러 국가로 발돋움한다. 글로벌 빅테크의 AI(인공지능) 설비 투자 붐을 타고 반도체 수출이 지속 확대된 영향이다. 기업의 경기 심리는 크게 좋아졌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점은 숙제로 남았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1152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3.7% 늘었다.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9300억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1조달러까지 남은 금액은 700억달러에 불과하다. 지금 흐름이 이어지면 한국은 이달 중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이른바 '꿈의 1조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수출은 △1995년 1000억달러 △2004년 2000억달러 △2006년 3000억달러 △2008년 4000억달러 △2011년 5000억달러 △2018년 6000억달러를 차례로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7000억달러 고지에 올랐고 올해 들어 8000억달러와 9000억달러 벽을 잇따라 허물었다.

10월 수출을 끌어올린 것도 반도체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564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9.4% 급증했다. AI 주도권을 잡으려는 글로벌 빅테크의 설비 투자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단가와 물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계가 체감하는 살림살이는 다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 기업의 경기 심리는 크게 개선된 반면 가계의 향후 저축 전망은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과 가계 체감 경기 사이에 온도차가 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소득이동통계'를 보면 2023년 근로·사업소득 기준 3분위에 속했던 개인 10명 중 4명 가까이(38.9%)는 이듬해 소득이 줄었다. 소득이 줄어든 사람의 비중은 전년(35.2%)보다 3.7%포인트 커졌다. 코로나19 충격이 닥친 2020년(41.2%) 이후 4년 만에 가장 크다. 소득 3분위는 전체 소득자를 소득 순으로 5개 집단으로 나눴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계층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수출 호황은 첨단 반도체 산업 등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인한 것"이라며 "물가 상승을 억제할 거시경제 정책과 함께 주거비 부담이 큰 청년층을 위해 주거 환경 개선 등에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3년에 걸쳐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