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신약의 처방 확대와 시장 안착을 위해 공동판매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 영업망을 결합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취약한 치료 영역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클립아트코리아


국산 신약 시장을 키운 공동판매 전략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다. 신약 출시 초기에는 처방 확대와 시장 안착을 위해 손을 잡지만 제품이 성장 궤도에 오르면 수익성과 영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공동판매가 신약 성장의 발판 역할을 했다면 독자 판매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시장에서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 국내 P-CAB 시장은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가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세 제품 모두 출시 초기 공동판매를 통해 처방 기반을 빠르게 넓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펙수클루다. 대웅제약은 지난 8월 말 종근당과의 공동판매 계약을 종료하고 단독판매 체제로 전환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양사 전략적 판단에 따른 합의로 계약을 종료했다. 당분간 단독판매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판매를 통해 시장 안착에 성공한 뒤 독자 판매에 나선 사례로 평가된다.

케이캡의 행보는 업계 관심사다. HK이노엔은 2019년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시작한 뒤 2024년부터 보령과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말 계약 만료 가능성도 거론된다. HK이노엔 측은 "보령과의 계약 기간을 공개한 적이 없으며 향후 계획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동판매는 국내 제약산업 특성이 반영된 영업 모델이다. 전문의약품은 진료과와 의료기관별 네트워크 확보가 중요해 제품 보유사가 상대 회사의 영업 조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협력사는 추가 품목 확보를 통해 매출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국산 P-CAB 시장 성장 과정에서도 공동판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P-CAB 원외처방액은 36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시장 형성 단계에서는 영업망을 공유하는 편이 단독판매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동판매는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종근당은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등을 도입해 판매 품목을 확대했다. HK이노엔과 보령은 케이캡과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의 상호 공동판매를 진행 중이다.

제품이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 셈법이 달라진다. 공동판매는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수익성과 영업 주도권은 제한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독자 판매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