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미국 중간선거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로이터=뉴스1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하는 '블루 쓰나미'가 현실화하면서 수익성 우려가 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으로선 투자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약속한 대미투자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입법 동력을 잃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더 자주 꺼내면 한국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미가 합의한 3500억달러(약 469조원) 규모 대미투자는 선거 결과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다. 미 의회가 아닌 두 나라 정부가 양해각서(MOU)로 맺은 약속이어서다. 이시욱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총괄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인 협상 파트너는 여전히 행정부라는 점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개별 사업은 달라질 수 있다.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사업 선정과 집행 과정을 따지면 '돈이 되는 사업에만 투자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13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유세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500억달러(약 6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의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투자를 확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일각과 환경단체는 기후 피해를 이유로 이 사업을 반대해 왔다. 다만 알래스카 상원 선거에서 설리번 의원과 맞붙은 메리 펠톨라 민주당 후보가 이 사업에 찬성해 왔다는 점은 변수다. 의회 검증이 길어져 투자가 늦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대미 관세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맡겨 둔 권한이어서 민주당이 직접 막기 어렵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11일부터 한국 등 16개 경제권의 과잉생산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지 조사했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국산 수입품 대부분에는 7월24일부터 '강제노동' 명목의 301조 관세가 붙어 기본 관세를 합친 세율이 12.5%다. 과잉생산 관세가 2.5%포인트를 웃돌면 한미가 약속한 관세 상한 15%를 넘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멕시코·베트남처럼 과잉생산된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 우회 통로로 인식되고, 최근 한국산 대미 수출액의 폭발적인 증가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 15%를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믿음은 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조금 성격의 세액공제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한국 기업에 호재다. 공화당은 지난해 감세법으로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없앴고, 배터리 생산 세액공제(AMPC)에도 중국산 소재 사용 제한을 걸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추가 삭감은 어려워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는 혜택 기간을 늘리는 게 숙제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투자액의 35%를 세금에서 깎아 주는 제도가 올해 12월31일까지 착공한 공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규제는 반도체 업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덜 지어지면 메모리 수요도 줄 수 있어서다. 텍사스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댈 대미투자 1호 사업인 가스발전소가 들어선다. 이곳 주지사 선거에서는 새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주장해 온 지나 이노호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레그 애벗 현 주지사(공화)도 8월 새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 승인을 점검이 끝날 때까지 미룬 만큼 규제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허 교수는 "주지사의 변화도 의미가 크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미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주정부까지 대화 채널을 적극 확보해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다면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