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업계가 핵심소재 국산화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배터리시장 급성장으로 소재사업의 전망이 밝은 가운데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규제를 계기로 자체적인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도 배터리소재의 일본 의존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업계는 핵심소재의 국산화를 통한 내재화율 확대로 외부환경 변화에 선제대응하는 한편 성숙기 진입을 앞둔 글로벌 배터리 소재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급성장하는 배터리 소재시장
현재 배터리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2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간 리튬이온의 이동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성 및 저장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노트북과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는 물론 전기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우주·항공분야, 에너지저장시스템 등으로 적용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루는 4대 핵심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이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리튬이온 핵심소재의 시장규모는 양극재 91억달러, 음극재 18억달러, 분리막 25억달러, 전해질 26억달러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각각 296억달러, 76억달러, 88억달러, 99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업계는 자원 확보부터 양산까지 소재에 대한 전방위 투자를 이어왔는데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 움직임이 투자에 추동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 일본정부가 추가적으로 배터리를 포함한 전방위 규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
|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배터리 성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
물론 국내기업의 리튬이온 4대 핵심소재의 일본 수입의존도는 낮아 수출규제가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리튬이온 2차전지 재료의 일본 의존도’ 보고서에서 ‘4대 소재’의 일본 의존도를 ‘낮음’으로 분류했다.
4대 소재의 글로벌 점유율은 중국이 대다수를 장악하고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되더라도 공급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기업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산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LG화학은 구미시 국가산업 5단지 내 6만여㎡ 부지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6만톤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LG화학이 소재 중에서도 양극재를 택한 이유는 배터리 재료비의 30~4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재료로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산업이기 때문이다.
공장은 내년 중 착공해 2024년 완공이 목표다. LG화학은 앞으로 배터리 양극재 내재화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이번 구미공장 투자와 더불어 기존 2만5000톤 규모의 청주공장의 생산능력도 현재의 두배 이상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소재 투자 늘리는 기업들
SK이노베이션은 소재사업을 물적 분할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출범해 전문성을 확보했으며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확대를 위해 현재 충북 증평에 11기의 생산라인에 올 11월경 완공을 목표로 2기의 추가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또한 중국 창저우와 폴란드 실롱스크주에도 LiBS 공장을 설립 중이다. 증평공장 증설에 이어 중국과 폴란드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의 LiBS 연간 총 생산량은 약 12.1억㎡로 확대된다.
포스코케미칼도 최근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연산 6000톤 규모의 양극재 광양공장 1단계 생산설비를 증설, 경북 구미공장을 포함해 연산 1만5000톤의 양극재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내년 3월에는 연산 2만4000톤 규모의 광양공장 2단계 증설을 마칠 예정이며 단계적으로 연산규모를 8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투자에도 힘을 싣고 있다. 경북 포항에 올해 10월 마무리를 목표로 천연흑연 음극재 2공장 1단계 투자를 진행 중이며 내년 4분기까지 2단계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투자가 완료되면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생산능력은 4만4000톤으로 늘어난다.
동화그룹의 경우 지난달 초 전해액 제조업체 파낙스이텍을 인수하면서 배터리 소재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09년에 설립된 파낙스이텍은 전해액시장에서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2만3000톤의 연산능력을 보유했다.
앞으로 배터리 소재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은 ‘리튬2차전지 소재 기술동향’ 보고서에서 “리튬2차전지 소재 제조에는 비교적 대규모의 시설·양산 자금이 소요돼 대학·출연연 등 공공연구기관과 산학협력을 통해 관련 특허권을 확보하고 필요시 산학 간 합작법인 설립 등을 추진해 국내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후 축적된 리튬2차전지 소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메탈에어전지, 전고체 리튬전지, 리튬황전지 등 차세대 2차전지산업으로 선도 전환할 수 있도록 소재-부품-제품으로 연결되는 국내 기업 간 공급사슬망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