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KEB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피해자비대위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판매 금융사 규탄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KEB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피해자비대위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판매 금융사 규탄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동양 사태와 키코(KIKO) 사태에 이어 최근 파생결합증권(DLS)과 펀드(DLF)사태까지 금융소비자의 분쟁이 반복되면서 기본법 제정을 통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위험 알고도… 유명무실 '소비자 경고' 


국회 정무위원회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2012년 6월 시작한 '소비자 경보'는 작년 8월 이후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소비자 경보는 2017년 10건 등 제도 도입 후 총 64건이 발령됐다. 지난해에도 8월까지 6건이 발령됐지만 이후엔 감감무소식이다.


대규모 손실 논란이 일어난 DLS 사태도 금융당국이 사전에 문제를 알고도 소비자경보를 내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년 10월 금감원은 30여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파생 금융상품에 대한 암행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해 고령 투자자 보호 방안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각각 최저 수준인 ‘저조’, ‘미흡’ 등급을 줬다. 지난 4월10일부터 DLS와 관련한 분쟁도 네 차례 접수됐지만 금감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소비자경보 제도는 민원이 급증하거나 신종 금융사기 수법 등장으로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소비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제도다.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주의→경고→위험’ 3단계로 운용한다. 

최 의원은 "은행에서 판 DLS 상품이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고, 투자자의 성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감원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며 "사전 위험 경보 시스템이 어떤 이유에서 작동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등장한 소비자보호법, 통과 속도낼까



금소법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와 수단들을 규정하는 법으로 동양증권 사태나 키코 사태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대규모 피해가 잇따르면서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DLS 사태와 관련해 "금소법이 제정됐더라면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나온 법안들은 금융상품 투자 시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는 금융회사들이 위험한 상품을 함부로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사후적에는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들을 담았다. 

우선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판매를 통합적으로 규제한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융합, 연계, 파생되고 있지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행위에 대한 규제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개별적인 금융업법으로 분산돼 규제의 차이 또는 공백이 발생해서다. 아울러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손해배상 금액을 크기 잡아 '징벌적' 제도를 운영하고 집단소송제도 도입하는 내용들이 법안에 포함됐다. 

금소법은 2012년 처음 국회에 제출된 이후 지금까지 입법하지 못하고 국회 정무위에 5개의 법안이 계류됐다. 이를 두고 여야간 의견이 갈리는 만큼 올해도 금소법 통과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고위험상품에 대한 일정부분 판매 제한이 생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 등 상품 판매 단계별 제도를 개선하거나, 사후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구체적으로 ▲펀드 가입조건 강화 ▲상품심사위원회 기능 강화 ▲핵심성과지표(KPI) 제도 개선 ▲징벌적 과징금제 도입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험상품 은행 판매 제한 '만지작' 


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DLS사태에 고령자, 일반투자자들이 고위험상품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해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제도 개선 필요성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과도한 제재를 가할 경우 자본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권의 고위험상품 판매 제한 등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한달의 시간을 갖고 냉정하게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중간조사 결과 은행의 DLS 부실판매 사례가 적발돼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금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상품은 상대적으로 금융 지식이 낮은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며 "과거 홍콩 H지수나 발행사의 시세조종 사례 등을 계기로 당국이 파생결합증권의 쏠림현상을 방지하고 금융회사 재량권을 제한해온 것처럼 DLS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권은 투자상품 판매 시 유념해야 금융상품 판매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상품단위 중심’ KPI가 고위험상품을 팔도록 유도했다고 판단해 고객 서비스 만족도 등 비계량적인 지표의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KEB하나은행은 고위험상품의 예금자산 대비 투자 한도를 설정해 소비자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원금손실 위험이 투자자에게만 전가되지 않도록 보완장치가 마련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