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가 본격화됐다. 연 0.5% 금리를 주는 은행 정기예금에 1년간 1000만원을 넣으면 세전이자는 5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자소득세 15.4%(지방소득세 포함)를 빼면 손에 쥐는 이자는 4만2300원로 줄어든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으려는 ‘금리 노마드족’은 남들보다 빠르게 발품을 팔아야 한다.

고금리 상품 찾아라… 마케팅 주의보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주력 거치식 예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0.3%포인트 내렸다. 가입 기간별로 0.6~1.05%(만기이자지급식 기준)였던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0.3~0.75%로 조정했다.

예금기간 별로 보면 ▲1~3개월 미만 0.3% ▲3~6개월 미만 0.4% ▲6개월~1년 미만 0.5% 2년~3년 미만 0.7% ▲3년 0.75%다.


일반정기예금을 포함한 거치식·시장성 예금 15종과 ‘내 아이를 위한 280일 적금’을 포함한 적금 33종의 금리도 인하했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인 ‘KB우대저축통장’ ‘KB우대기업통장’의 금리도 각각 0.25%포인트씩 내릴 예정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예·적금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주요 상품 기본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0.8~0.95% 수준이다.
국민은행처럼 예금금리 인하가 적용되면 연 이자 0%대 예금이 될 전망이다.단 0.1%포인트라도 금리가 더 높은 예금에 가입하려면 특판 예·적금 상품을 찾아야 한다. 시중은행은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고객이 개설한 모든 은행 계좌를 옮길 수 있는 ‘오픈뱅킹’을 출시하고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고금리 예·적금을 판매 중이다.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상품 가입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개인정보 활용을 동의하거나 통신비 납부 등 금융서비스를 유지하면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핀테크 플랫폼 핀크가 산업은행·SK텔레콤과 제휴해 판매 중인 ‘KDBxT high5적금’은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연 최고 5.0% 혜택을 제공한다. 이 상품은 KDB산업은행 마케팅 활용에 동의하고 만기 때까지 SK텔레콤 요금제 사용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 Magic적금 by 현대카드’를 출시했다. 현대카드 연간 사용 실적 600만원 유지 등 조건을 만족하면 연 5.7%대 적금에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출시한 ‘신한11번가 정기예금’은 최소 50만원부터 최고 3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3개월 한정 상품이다. 연 0.8%의 기본금리에 오픈뱅킹 서비스 신규 가입 시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11번가 신한카드로 첫 결제를 하면서 11만원 이상 이용하면 만기에 추가로 연 2.2% 리워드를 지급해 최대 연 3.3%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예·적금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조건으로 붙이거나 ‘월 납입액·만기 제한’ 등을 명시하는 사례가 많다”며 “조건을 따져보지 않고 높은 금리만 보고 덜컥 가입했다가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정vs변동금리, 신규 대출자는?

국내 금융시장이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대출금리도 내려갈 전망이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기준이 되는 잔액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따라 내려간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한 비용을 바탕으로 계산하며 매달 15일 공시된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1.20%로 전월대비 0.06%포인트, 잔액기준 코픽스는 1.61%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내렸다.

신 잔액기준 코픽스(1.31%)도 0.07%포인트 떨어졌다. 6월 중순 이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2%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규 대출을 받으려면 대출금리 유형부터 살펴봐야 한다. 주담대는 크게 혼합형(초기 5년 고정금리)과 변동형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한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채권금리가 올라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에 연동되는 혼합형 금리도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금융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혼합형 금리도 소폭 떨어졌다.

6월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 고정)는 국민은행 연 2.22∼3.72%, 신한은행 연 2.57∼3.58%, 우리은행 연 2.68∼4.09%, 하나은행 연 2.287∼3.587%, 농협은행 연 2.14∼3.55%이다. 때문에 주택 구입예정자는 대출을 고정금리로 묶어 두는 게 유리하다. 

그동안 대출금 사용 기간이 3년 안팎이면 변동금리, 10년 이상이면 고정금리 선택을 추천했지만 저금리 시대에는 고정금리 대출을 오래 사용하는 게 이자 절감에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이미 최저 2.14%까지 내려왔다”며 “시장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대출금리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라진 대출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대출을 갈아탈 때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적용돼 주택 가격의 40%만 받을 수 있다. 주택 가격이 9억원 이상이면 대출 한도는 30%로 줄어든다.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으면 대출을 갈아탈 때 1% 안팎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자절감 금액이 중도상환수수료 보다 크지 않으면 대출을 갈아타는 것이 오히려 손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금리를 더 낮춰도 경기 진작 효과는 거의 없고 자본 유출 우려가 심해지는 실효하한선에 도달했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 대출을 갈아탈 때 금리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