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4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찬성 9표, 반대 7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8590원)보다 1.5% 인상된 8720원으로 결정됐지만 후폭풍이 상당하다. 인상률이 역대 최저라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위원회 파행의 구조적 원인이 30년 넘은 결정체계에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한차례 결정체계 개편을 시도했다. 당시 노사의 의견대립과 20대 국회의 파행에 가로막혀 무산됐지만 올해는 노사 모두 최저임금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이번에야말로 개편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최저임금결정체계 개선 재점화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논의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 같은 결정체제를 30년 넘게 유지해 왔다.

문제는 매년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공익위원의 결정에 따라 최저임금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제도 도입 후 노사간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30여년 동안 7번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노·사 간 극한 대립 속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단일안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한 인사여서 사실상 정부의 입맛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구간설정위는 말 그대로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정하며 결정위는 구간설정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구간설정위는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설정과 최저임금이 노동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중 상시 분석하는 전문가로 구성된다. 노·사·정이 5명씩 총 15명을 추천한 뒤 이 중 노사가 각 3명을 배제해 최종 9명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결정위는 기존처럼 노·사·공익위원을 동수로 구성하되 전체 숫자는 21명으로 줄이고 공익위원 7명 중 4명은 국회가 추천하도록 했다. 노·사위원도 특정 단체만 참여하기보다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등 다양한 구성원을 포함하도록 명문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개편안은 여야의 대치국면이 극심했던 지난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해보고 흐지부지됐다.


결정체계 개편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 노·사간 대립으로 근로자위원이 전원 퇴장한 상태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단일안으로 결정되면서다.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7명만 표결에 참석한 상황에서 단일안에 대한 찬성 9표, 반대 7표가 나왔다. 누가 어느 쪽에 표를 던졌는지 공개되진 않지만 사용자위원이 올해는 동결을 목표로 논의에 임했던 만큼 찬성 9표가 공익위원들의 표일 것으로 재계는 짐작한다.

제도개선 노사 의견은?


노·사는 이처럼 공익위원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최저임금은 사실상 노사의 의견이 대립해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부의 입장에 따라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최저임금법에 따라 객관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것 없이 정부 입장을 반영하거나 기계적·수치적으로만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분석팀장도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노사 사이에서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며 “근본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최저임금의 결정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게 노사의 공통된 입장이다. 홍 정책국장은 “공익위원 선정 시 정부의 일방 추천이 아닌 검증된 인재 풀에서 선정하는 등의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지표 중 하나인 생계비의 경우 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게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 최저임금위 근로자 위원들이 7월14일 최임위원 사퇴와 집단퇴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홍 정책국장에 따르면 현재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의 생계비를 논의할 때 ‘비혼·단신 근로자’(1인가구)의 생계비 자료를 이용한다. 그러나 같은 1인가구 자료를 놓고도 중위값을 쓰느냐 평균값을 쓰느냐에 따라 40만원의 차이가 난다. 다가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차이가 더 벌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사가 먼저 최초 임금요구안을 제시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임 경제분석팀장은 “지금처럼 무작정 노사에게 최초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면 격차가 너무 커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한다”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이원화 방안처럼 애초부터 임금 논의구간을 설정한 뒤 그 안에서 노사간 최초 요구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정부의 개편안이 21대 국회에서 재논의될지는 알 수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제 막 21대 국회가 열린 상황이어서 기존의 최저임금 개편안을 그대로 논의할지, 아니면 개편안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