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16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기사 게재 순서
①커지는 최태원 존재감… 대한상의, '재계 맏형' 굳히나
②절치부심 전경련, 정경유착 주홍글씨 지울까
③달라진 경총·무협… 위상 확대 묘수는
④"대기업만 있냐"… 목소리 높이는 중견련·중기중앙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며 윤석열 정부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 당선인과 네 차례 회동하는 등 주요 경제단체장 중에서도 두드러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선 검찰총장 출신이라 지난 정권에서 경제정책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대한상의가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새 정부에서도 재계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굳히는 모양새다.

최태원, 당선인 신분 尹과 네 차례 회동

최 회장은 지난 3월 말부터 이후 4월 말까지 한 달여 동안 윤 당선인과 네 차례 만났다. 첫 만남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요청으로 3월21일 이뤄진 윤 당선인과 6개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다. 최 회장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당시 행사는 인수위가 전경련에 다른 경제단체의 참석 여부 파악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문재인 정부 내내 주요 행사에서 제외된 전경련에 인수위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적폐 주홍글씨를 지우고 새 정부의 소통창구로서 위상을 회복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경련 대신 재계 맏형으로 떠오른 대한상의가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불거졌다.

우려와는 달리 최 회장은 윤 당선인과 접점을 확대하며 변함없는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18일 서울에서 열린 경제안보 포럼에서 윤 당선인과 재회했고 나흘 후인 같은 달 22일에는 부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기원 대회'에서도 윤 당선인을 만났다.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행사에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10대그룹 관계자와 전국 상의회장단이 참석해 윤 당선인과 처음으로 대화를 가졌다. 이 행사는 대한상의가 주도했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새 정부와 재계가 공을 들이는 국제행사다. 윤 당선인은 "정부는 박람회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최 회장은 "민관협력 파트너로서 정부와 원팀이 돼 일심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윤 당선인은 직접 최 회장에게 공동 유치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25일에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제조현장을 찾은 윤 당선인을 직접 맞이해 백신 개별 현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백신 연구에 국가 잠재력과 먹거리, 경제, 보건, 안보가 다 담겨있다"며 "기업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 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 사진=이한듬 기자

접점 확대… 새 정부와 '동반자' 관계 굳히나

두 사람의 접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29일에는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대한상의로 초청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혁신 성장 특별좌담회'을 열고 'ESG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달 말 방한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재계의 만남도 대한상의가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국내 기업인들을 만나 미국 내 투자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이끄는 SK그룹도 새 정부의 정책에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SK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고 배터리·바이오·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미래먹거리이자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원전사업을 들여다보고 있다. 원전은 윤 당선인이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전기요금 인상 억제를 위해 핵심 기저발전으로 삼겠다고 공약한 분야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의 원전 투자 확대는 새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최 회장과 윤 당선인의 개인적인 인연도 화제다. 1960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1976년 서울 충암고에 함께 입학했다. 이후 최 회장이 1학년을 마치기 전 집과 가까운 신일고로 전학을 갔지만 재계는 두 사람이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재계는 최 회장이 윤 당선인과 가장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상의가 새 정부에서도 재계 맏형의 위상을 굳힐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도 정부와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49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이제는 민간이 정부 정책의 조언자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책 수립 초기부터 민관이 원팀이 돼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온다"고 밝혔다. 최근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도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의견을 수렴했지만 이제는 정책을 공동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