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잘못된 판단이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이 해를 입는 오너 리스크(owner risk)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영 임원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회사 업무에 충실할 의무를 진 경영 임원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사회가 징계를 내리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상법 382조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며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399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경영 임원의 부적절한 언사나 행동으로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 주주가 직접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경영 임원의 충실 의무 위반으로 회사의 이미지가 손상돼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상법에 따라 이사회에서 해임과 손해배상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 이사회가 경영 임원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스톡옵션 먹튀'(먹고 튀기의 줄임말) 논란으로 내정됐던 공동 대표직을 자진 사퇴했다. 류 전 대표를 비롯한 8명의 임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을 저렴하게 취득한 뒤 되팔아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겨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카카오페이 주가는 고점(23만8500원) 대비 최저 47.8%(12만4500원) 급락했다.
상장 한 달 만에 경영진 지분이 대량 매물로 나온 전례 없는 상황에 직원들과 주주들은 반발했다.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논란에도 이사회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정부가 신규 상장기업 임원의 주식 의무보유 기간을 6개월로 정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의 핵심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목한다. 경영 임원은 원칙적으로 이사를 겸임하지 않아야 하고 비상임의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수의 경영 임원이 이사를 겸임하고 있어 이사회가 독립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액 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에게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한 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행 상법에서 집중투표제를 허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이 정관으로 이를 배제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입힌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비상장회사는 100분의 1, 상장회사는 1만분의 1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국내 상장 회사의 주식 상당수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8년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해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2019년에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반대표를 던져 조양호 한진그룹 대한항공 사내이사의 연임을 저지하기도 했으나 이후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부분 민간 의결권 자문 기구의 권고 사항을 따르고 있다"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단순 보유가 아닌 경영 참여로 목적을 변경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경우연금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