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가운데)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 촬영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 의장,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 사진=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배정 문제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오는 24일을 후반기 원 구성 '데드라인'으로 사실상 못박았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배분하지 않는 한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원 구성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조 의장은 22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만나 "24일 낮 12시까지 원구성을 위한 상임위원회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지난 5월30일 후반기 임기가 개시된 이후 현재 24일째를 맞고 있다"며 "국회법 제48조 1항에 따르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들께선 상임위원 임기 만료까지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해야 하고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경우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국회법이 정한 상임위원 선임 기간을 한참 넘겨서 여야 교섭단체 간에 (협상이) 여전히 공전하고 있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지 국회의장으로서 그런 말씀을 드리면서 이같은 공전 상황을 계속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또 "국회법을 준수하고 국회 정상화를 무한정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뜻에서 (명단 제출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양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회동을 이어갔지만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이견이 계속되면서 후반기 원 구성에 실패했다. 조 의장 주재 회동 역시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시작 20여분 만에 종료됐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먼저 의장실을 나오기도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 의장이) 24일까지 각 당에서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비공개 때 굉장히 유감을 표시했다"며 "저희당 입장에서는 절대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원 구성 협상을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바로 날짜를 지정해 명단을 갖고 오라는 건 굉장히 강압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원내대표는 "저희들은 24일까지 원구성과 관련한 내용을 의장께 보고하겠다"라며 "(국민의힘이) 시간끌기라고 판단이 들면 결단하겠다"고 했다. 이어 "상임위 전체를 포함해서 진행하는 것과 배분하는 것을 민주당이 결정해서 진행하는 것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국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의 '결단' 발언은 법사위원장 등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모두 가져갈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의 집권 2년차를 맞아 '일하는 국회'를 위해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6·3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상임위 독식'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운영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은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표결로 선출되는 만큼 과반을 점한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원 구성 협상에서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충돌 끝에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전례가 있다.

당시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하며 거대 여당이 됐고 개혁 입법 추진을 위해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관행대로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돌려야 한다고 맞섰다. 협상이 결렬되자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개 상임위원장 전부를 여당에 내줬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을 여당이 짊어지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단독 원 구성에 나설 경우 법사위를 포함한 상임위 주도권을 확보해 국정과제와 민생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정치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 단독 원 구성 이후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독주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듬해인 2021년 4·7 부산시장·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모두 패배했다. 이번에도 상임위원장 독식에 나설 경우 중도층 반감과 야당의 대여 공세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필요한 사안은 단독으로 처리해온 만큼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될 경우 강행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기 때문에 법사위를 더 가져가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어차피 지지율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면 필요한 상임위는 확보해야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