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를 본격화한다. 노동계가 이미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올해(시급 1만320원)보다 16.3% 인상된 1만2000원을 제시한 가운데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임위는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8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앞서 진행된 회의에서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과 업종별 구분적용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표결 끝에 '부결'로 마무리한 만큼 이날 회의에선 본격적인 인상률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날 최초요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이미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올해 시급보다 1680원 오른 1만2000원을 요구한 상황이다. 올해대비 인상률은 16.3%이며 월 근로시간 209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 시 250만8000원 수준이다.
노동계는 2023~2025년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이 2.37%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과 같거나 하회하는 수준이었고, 2025년 최저임금위원회 기준 생계비는 월 275만4000원인 반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215만원 수준으로 생계비 충족률이 78.3%에 그친 점 등을 근거로 내년 최저임금이 최소 1만2000원이 돼야한다고 봤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여 중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 저율 인상과 최근 대기업 성과급 논란, 자산 가격 급등 등은 노동의 가치가 자산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극심한 양극화를 보여준다"며 "'점심값보다 낮은 최저시급은 안된다'는 국민 상식에 기반해 필수 생계비를 보전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심의에서 모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결정을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아직 최초요구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동결 혹은 동결에 준하는 수준의 초소한의 인상률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1차 전원회의에서부터 동결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은 이미 한계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동결도 경영 현장에 부담이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간 소득의 3.4배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총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92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어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류 전무의 입장이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도 최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동결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해당 설문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내년 최저임금의 적정 인상률을 조사한 결과 ▲동결(44.6%) 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한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 시 12.2% ▲3~6% 미만 인상 시 11.6%가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수를 줄이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인하를 주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경영계는 2019~2020년 최저임금 논의 당시에도 최초요구안으로 인하를 요구해 노동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는 노사가 각각 최초요구안을 제시한 뒤 공익위원들 중재로 수정을 거쳐 합의점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노동계와 경영계에 해당 구간안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견이 지속되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에서 중재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쳐 결정한다. 지난해에는 2026년도 최저임금을 17년 만에 노사합의로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합의에 난항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 생산 차질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률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 합의보다는 표결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