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금융 시스템 재설계에 나선다. 망분리 완화와 데이터 규제 정비를 추진하는 동시에 AI 전용 감독체계와 행위 기준을 마련해 혁신과 위험 관리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정선인 금융위원회 디지털총괄과장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금융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다' 포럼에서 "금융도 AI를 지원하는 단계를 넘어 앞으로는 AI 혁신을 직접 이끌어야 할 때"라며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금융의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미국과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국이 정부 주도로 AI 에이전트 도입을 위한 샌드박스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생성형 AI를 넘어 행동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우리가 알던 금융의 모습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AI 도입이 금융 서비스의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새로운 금융 서비스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AI 기반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이스피싱과 보험사기, 불법사금융 등 금융범죄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 잠재 위험을 줄이는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AI 확산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한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AI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국제적 논의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쏠림 현상이나 사이버 리스크 등 AI 특유의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우선 망분리 완화와 데이터 활용 규제 정비를 추진하고, 업권별 규율 체계가 AI 환경에 적합한지도 전반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에 담긴 '7대 원칙'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AI 전용 감독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 과장은 "AI 신뢰성과 책임 소재 문제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감독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선 핀테크업계와 AI 스타트업들이 최신 AI 모델 활용 제한과 인프라 부족 문제를 호소하며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성공 사례를 축적한 뒤 AI 역량을 갖춘 회사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