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이 공개됐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동결'로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공개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측이 제시한 2027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은 1만2000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1만320원보다 1680원(16.3%) 인상된 수준이다. 월 근로시간 209시간(주5일 8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 시 250만8000원이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시급 1만 2000원 요구는 고유가와 고물가로 이어지는 실질임금 하락, 에너지 물가 압력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저임금·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 창출을 통한 내수경기 회복 속에서 지역경제와 자영업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실수령액 200만 원 남짓한 돈으로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와 공공요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 1만 2000원은 더 화려하게 살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가족이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동일한 1만320원으로 동결할 것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79.7%에 달해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 39.6%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22.9%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며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1%로, 국제적으로도 적정 수준의 상한으로 보는 60%를 이미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2.4%에 달했고 숙박·음식업과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미 30%를 상회한 점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5월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87%에 달한 점 등을 언급했다.
류 전무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가장 어려운 업종과 규모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높고, 현장의 수용성도 한계에 다다른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최초요구안 격차는 1680원이다. 앞으로 이어질 논의는 이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며 합의점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노동계와 경영계에 해당 구간안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게 되며, 그럼에도 이견이 지속되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에서 중재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쳐 결정한다.
지난해에는 17년 만에 노사의 합의로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으나 올해는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표결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