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대폭 개편한다. 연구개발(R&D)과 사후관리 역량뿐 아니라 국내 생산시설과 부품 조달, 고용 창출 등 국내 산업 기여도를 종합 평가해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면서 수입 전기차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자동차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을 확정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앞으로는 새 평가기준을 충족한 제작·수입사만 정부 전기차 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새 평가기준은 총점 100점 만점으로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지속성(20점) ▲안전관리(15점) 등 5개 분야, 13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보조금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가장 높은 배점이 부여된 공급망 기여도는 국내 완성차 생산시설 운영 여부와 국내 부품업체와의 공동 연구개발, 국내 부품 조달 비중, 고용 창출 효과 등을 평가한다. 국내 생산과 투자,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는 업체일수록 유리한 구조다.
기술개발 역량은 해외 본사의 연구개발 투자 실적도 인정되며 사후관리 부문은 전국 서비스망과 부품 공급 체계, 사업 지속성 등을 평가한다. 환경 부문에서는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과 자원순환 체계를, 안전 부문에서는 전기차 화재 대응과 사이버보안 역량 등을 반영한다.
국내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갖춘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테슬라와 BYD 등 수입 전기차 업체는 공급망 기여도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테슬라는 연구개발과 서비스망 부문에서는 일정 수준의 점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국내 생산과 고용 기반이 부족해 총점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일부 차종의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BYD 역시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만큼 공급망 기여도 평가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도 개편이 단순한 보조금 지급 기준 변경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투자와 생산, 부품 조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산업정책 성격이 강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전기차 보조금이 지속가능한 국내 전기차 생태계 구축과 국민의 전기차 이용 활성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전기차 보급 관련 제도를 지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