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증시가 거센 하락장을 맞았다. 반도체 대형주 쏠림 속 '삼전닉스'가 무너지자 코스피는 속절없이 밀려났다. 여기에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추진에도 IPO 시장 위축과 주가조작 감시망의 허점이 드러나는 등 제도적 한계도 재확인됐다. 위기의 K증시가 체질을 개선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특정 종목 쏠림 완화와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026년 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란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7월 이후 한 달 동안 33.19% 급락했고 코스닥은 27.67% 밀려났다. 대외 악재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주의 급격한 쏠림' 속 투자심리 훼손이다.
지난 28일과 29일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연이틀 발동되며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코스피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연초 이후 9차례, 7월 들어서는 네 차례나 됐다. 빅테크의 재무 건전성 악화와 중국발 반도체 경쟁력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삼전닉스'가 수급을 빨아들이자 양호한 실적에도 주가가 저조한 기업들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12월 결산법인 연결 639개사의 2026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49% 증가했으며 '삼전닉스'를 제외해도 9.07% 상승했다. 영업이익 역시 연결 기준 44.49% 급증했다.
그럼에도 28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 942개사 중 2026년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인 42.94%를 밑돈 기업은 894개에 달했다. 지수 상승률을 웃돈 기업은 48개사에 그쳤다. 1분기 기준으로 놓고 봐도 코스피 지수가 19.89% 오르는 동안 949개 상장사 중 757개사가 코스피보다도 부진했다.
코스닥도 마찬가지였다. 2026년 1분기 코스닥시장 12월 결산법인 연결 기준 1273개사의 매출액은 21.72%, 영업이익은 78.17% 급증했음에도 코스닥 지수는 연초 이후 23.73% 하락했다. 그럼에도 1786개 상장사 중 절반이 넘는 962개사가 코스닥 지수 하락률을 밑돌았다.
전체 1786개 상장사 중 주가가 0.01% 이상 상승한 기업은 301개사에 불과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83.15%가 연초보다 주가가 더 하락한 셈이다. 1분기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코스닥이 13.71% 상승하는 동안 지수 상승률을 밑돈 기업은 1361개,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963개에 달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이사는 '삼전닉스' 쏠림에 대해 "2026년 1분기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의 GDP 비중은 16%까지 상승했는데 한국의 HBM 시장 성장 속도는 반도체 사업이 집중된 대만과 닮았다"며 "다만 주식시장 내에서 IT 제조업의 쏠림은 대만보다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개혁의 맹점…중복상장 규제에 IPO 위축·주가조작 사건 '증거 능력 배제' 준항고 인용도
정부 당국의 시장 제도 개선이 계속되고 있지만 맹점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복상장 규제다. 중복상장 규제는 상장사들이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상장시키면서 모회사의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7월 초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곧 시행 예정이다. 다만 이 때문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신규 상장사 수는 17개사였다. 전년 동기 대비 55.3% 줄어들었다. 공모금액도 2025년 상반기 대비 48.7% 줄어들며 1조1327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모회사에서 분리돼 중복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심사가 늦어진 데다 당국의 가이드라인 발표까지 관망하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IPO 시장이 위축됐다"며 "향후 세부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규제한다면 자본조달과 회수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가조작 근절 대책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는 기조에도 선행매매와 주가조작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주가조작 1호 사건 피의자의 준항고가 인용되며 합동대응단의 시장 감시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기준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이후 10여건 이상의 사건이 적발돼 당국의 조사와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이다. 이 중 28일 서울남부지검은 공인회계사 출신 투자자문업체 대표와 경제지 기자들을 85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약 4년 8개월 동안 1800여건의 특징주 기사를 이용해 선행매매를 했다고 판단했다.
합동대응단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법과 제도상의 미비함도 드러났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남부지법은 '주가조작 1호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이 낸 합동대응단 수집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해달라는 준항고 신청을 인용했다.
준항고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의 처분이나 법관의 재판에 불복해 취소하거나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다. 피의자 측은 합동대응단의 주축인 금융위원회가 증거 선별 과정에서 강제 조사권이 없는 금감원 직원을 투입한 것을 문제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 주장을 인용했다.
이에 '주가조작 패가망신'을 외친 금융당국의 시장 감시 활동에도 차질이 생겼다.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 여러 기관이 함께 모이며 만들어진 임시 조직인 만큼 자본시장법과 관련 규정을 보다 더 분명히 손질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금융위는 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조사는 준항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금감원 직원이 압수수색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결정문 내용을 검토한 뒤 재항고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