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이 투자심리 훼손과 수급 공백이 시장을 지배하는 '패닉셀(공포성 매도)' 국면에 진입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3.17포인트(6.12%) 하락한 662.2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양 시장에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오전 10시55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데 이어 오후 12시 32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오전 10시 56분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고 오후 12시 19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반도체 쇼크→패닉셀로 이어져…외국인 매도세 확대
이번 하락의 시작은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 악화였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우려와 메모리 업황 둔화 가능성이 부각됐고,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 확대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주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했다.간밤 미국 증시에서도 주요 반도체 종목이 크게 하락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마이크론은 8.85%, AMD는 8.15%, 인텔은 5.86% 급락했다. 반도체 종목 중심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4.49% 하락했다.
이러한 급락세는 국내 대형 반도체주 주가에 직격탄이 됐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5.23%, SK하이닉스는 9.61% 하락 마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급락하며 장중 120만 원 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주가에 선반영됐던 기대감이 실망 매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도 지수 하락을 키웠다. 외국인은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서며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157억원을 순매도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고점 우려와 투자심리 악화가 주된 원인"이라며 "여기에 외국인 매도 등 수급이 꼬이면서 변동성이 확대됐고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직접적인 계기는 AI 사이클 수익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과 높아진 미국 금리"라며 "여기에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높은 집중도 하에서 외국인의 반도체 중심 매도와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매도가 하락을 증폭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시장이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에 좌우되는 '패닉셀'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 우려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시작된 하락세가 기술적 지지선 붕괴와 반대매매, 손절성 매도까지 이어지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반등 트리거를 기대했던 시장에서는 오히려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매성 매물이 출회했다"며 "부진한 주가 흐름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순매도가 확대됐고, 패닉셀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하방선 5000~5600…FOMC 결과에 주목
증권가에서는 5000~5600선이 코스피 하방선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당분간 반도체 투자심리 회복 여부와 외국인 수급이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시각이다.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미국 빅테크 실적, 중동 정세, 글로벌 반도체 업황 전망이 향후 국내 증시 반등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지선은 5000선으로 보고 있으나 현재 시점은 투자심리가 근본적으로 훼손된 상황"이라며 "변동성 진정을 위해서는 FOMC 결과와 시장 안정 요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바닥을 단정하기보다 투자심리가 진정되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하방 지지선은 5600선인데 장중 그 아래까지 위협받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FOMC가 끝날 때까지는 포지션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패닉셀에 동조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