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둘러싼 계파 대결이 당대표 선거를 넘어 최고위원 선거로 확산하고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을 뽑는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이재명(친명)계와 친정청래(친청)계가 팽팽한 구도를 형성하면서 당대표가 누가 되더라도 새 지도부 내 계파 간 견제와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는 친명계 5명과 친청계 3명이 본선에 진출해 선출직 최고위원 5석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말 순회경선 누적 득표율(경남 가중치 5% 반영) 상위 6명을 보면 친명계와 친청계가 각각 3명씩 포진하며 팽팽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친청계 최민희 후보가 22.58%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친명계 박선원(16.41%) ▲친청계 한민수(14.46%) ▲친명계 서미화(13.72%) ▲친명계 김용(12.41%) ▲친청계 이성윤(11.34%) 후보 순이다.
예비경선에서는 현역 의원 다수가 김민석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친청계 후보 3명이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본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더 높은 만큼 친청계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따라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친청계가 3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고위원 선거는 당대표 선거와 맞물리며 사실상 계파 간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양측의 신경전도 노골화됐다. 정청래 후보 측은 일부 지역위원회가 김민석 후보의 선거 슬로건인 '전 당원 100% 투표'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한 것을 특정 후보 지원 행위라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김 후보 측도 친청계 지지자들이 배포한 '생일별 홀짝투표 지침'을 문제 삼아 맞제소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친명계와 친청계의 공방이 이어졌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박규환 최고위원은 "일부 지역위원장이 당 공식 문안이 아닌 특정 후보의 경선 슬로건을 담은 현수막을 제작·게시하고 있다"며 "당 조직을 불법적으로 활용해 특정 후보를 편드는 것은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투표 독려 현수막을 특정 후보와 억지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권리당원 투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의 현수막을 문제 삼기보다 후보 공동 명의의 투표 독려 현수막을 게시하면 될 일"이라고 맞섰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계파 구도가 선명해지면서 당대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새 지도부 내부의 긴장 관계는 전당대회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판세대로라면 어느 계파가 당대표를 점하더라도 친명계와 친청계가 각각 최소 2명 이상 최고위원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당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통해 우군을 보강할 수 있지만 지명직 인선 역시 최고위원회 의결과 당무위원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계파 간 갈등이 이어질 경우 지도부 운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당헌에 따르면 최고위원회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당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2명 이내 등 최대 9명으로 구성된다.
지도부 자리를 둘러싼 계파 경쟁이 이토록 뜨거운 것은 2028년 총선 공천권이 걸렸기 때문이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으로 구성된 지도부가 공천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이번 최고위원 선거 역시 차기 총선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경쟁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고위원회에서 계파 간 공개 충돌이 반복되고 내년 재보궐선거와 2028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격화될 경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최고위원회 갈등이 분당으로 이어졌던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향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부터 당 노선을 둘러싼 공개 충돌이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재보궐선거와 총선까지 맞물리면 지도부 책임론과 공천권을 둘러싼 충돌이 이어질 수 있어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 갈등의 종착점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