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를 뒤흔든 성과급 갈등이 노사를 넘어 반도체(DS)부문과 완제품(DX)부문 간 내홍으로 번졌다. AI발 메모리 초호황으로 벌어진 부문 간 실적 차이가 개인별 보상 격차로 이어지면서다. 수익구조가 다른 두 사업을 한 회사에 묶어둔 '종합전자기업'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 속에 10여년간 반복돼 온 분사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급률 상한 없이 향후 10년간 적용하고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도 유지하기로 했다. DX부문과 CSS사업팀에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적용하지 않고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 전사에 적용되는 OPI 위에 DS만을 위한 추가 보상체계가 얹어지면서 한 회사 안에 다른 성과급 체계가 만들어졌다.
특별성과급 도입으로 DS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최대 6억원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오자 DX부문은 강하게 반발했다. 소속 부문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과급 격차가 최대 100배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DX부문 직원들은 이번 합의를 주도한 초기업노조에서 이탈해 동행노조로 옮겨갔다. 동행노조 조합원은 성과급 합의 전 2300여명에서 3만명을 넘어섰고 초기업노조는 과반 지위를 잃었다.
이번 성과급 갈등으로 삼성전자 '한 지붕 두 회사' 구조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9년 가전회사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모바일, 전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부품과 완제품을 아우르는 '종합전자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TV·휴대전화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 핵심 동력이 됐다. DS부문이 생산한 반도체를 스마트폰·TV 등 DX부문 제품에 적용하는 수직계열화로 완제품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요구에 빠르게 대응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삼성전자 사업모델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DS부문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선행돼야 하고 업황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다. DX부문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으로 스마트폰·가전 판매량과 원가 관리가 실적을 좌우한다. AI 투자 확대로 오른 메모리 가격은 DS부문의 실적을 끌어올린 반면 DX부문의 원가 부담을 키웠고 두 부문 간의 실적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 중 B2B와 B2C를 모두 운영하는 곳도 삼성전자뿐이다. 시가총액 집계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상위 5곳은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삼성전자, 마이크론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설계, TSMC는 파운드리, 마이크론은 메모리를 주력으로 한다. 반도체·인프라 소프트웨어 사업을 영위하는 브로드컴도 B2B 중심이다. 삼성전자의 복잡한 사업구조가 자본 배분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기업가치 저평가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만큼 분사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두 부문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분사론도 당분간 잦아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분사가 현실화해도 성과급 갈등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부문 안에서도 사업부별 실적이 갈리기 때문이다. DS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사업부가 D램·낸드 판매 확대와 HBM4 공급 증가로 실적을 이끌었다.
DX부문도 사업부별 실적이 제각각이다. 올해 2분기 DX부문은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 MX·네트워크 7000억원, VD·생활가전 100억원 등이다. 네트워크와 VD 실적은 개선됐지만 MX와 생활가전 수익성이 악화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해외 기업은 단순 이익 규모만으로 성과급을 산정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성과보상위원회를 두거나 성과 창출 과정과 구성원의 기여도를 함께 평가한다"며 "분사하더라도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업부별 정밀한 평가와 보상 배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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