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분사론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성격이 전혀 다른 사업을 하나의 법인 안에 묶어 놓은 현재의 '종합전자회사' 구조를 유지하는 게 과연 최선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성과급 논쟁을 넘어 지배구조, 사업재편 문제와 얽혀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삼성전자를 쪼갠다면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나누느냐'다.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시나리오는 삼성전자 내 DS(반도체)와 DX(완제품) 부문을 분리해 반도체 전문회사와 완제품 전문회사로 만드는 방식이다. DS는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DX는 스마트폰·TV·가전 등 소비자 제품을 중심으로 가져가는 그림이다.
과거 반도체 불황 때에는 모바일과 가전이 수익을 내 손실을 상쇄하는 구조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초호황을 맞이하면서 DS·DX부문 간 수익구조가 크게 달라졌다.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합 모델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메모리 중심의 성과급 협상을 주도한 초기업노조 집행부가 지난 5월 DS와 DX의 교섭을 분리하는 '투트랙'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사 시나리오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의 분할은 단순히 사업부를 두 회사로 떼어내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삼성전자 주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할 방식이다. 물적분할을 택할 경우 기존 삼성전자 주주가 분할 신설회사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속회사가 신설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게 된다. 이후 신설회사 상장까지 이어질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대형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떼어내면서 기존 주주에게도 신설회사 지분을 나눠주는 인적분할 방식이 상대적으로 주목받는다. 인적분할을 택하더라도 실제 분할 과정에서는 주주가치, 채권자 보호, 사업 간 내부거래, 자산·부채 배분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DS부문은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를 포괄하는데 해당 부문도 고객과 사업모델, 투자 규모, 수익성의 변동성이 모두 다르다.
과거부터 제기돼 온 시나리오는 DS부문에서 파운드리를 분사하는 것이다. 파운드리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데 비해 수율·고객 확보·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자가 누적돼 왔다.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은 한진만 사장은 올해 6월 12일 사내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파운드리 사업이 내년에도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의 칩을 위탁생산하는 동시에 같은 DS부문의 시스템LSI사업부를 통해 자체 모바일 칩세트를 개발·생산하는 구조도 파운드리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 고객사가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는 만큼 분사를 통해 독립적으로 위탁생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증권도 '지정학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분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를 3개 축으로 나누자는 의견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6월 삼성전자를 ▲반도체 ▲파운드리 ▲컨슈머 등 3개 지주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반도체홀딩스'를 설립해 파운드리를 제외한 반도체 사업부를 모두 편입시키고 파운드리 사업무만 포함된 '파운드리홀딩스'를 신설해 한국·미국에 동시 상장하는 한편 DX부문과 하만은 '삼성컨슈머홀딩스'를 설립해 편입하는 그림이다.
메모리는 메모리대로 대규모 설비투자와 기술경쟁에 집중하고, 파운드리는 고객 확보와 수율 개선이라는 별도의 경영 과제를 풀도록 하자는 것이다. 스마트폰·가전·전장 등 컨슈머 사업 역시 반도체 업황과 무관하게 자체 경쟁력을 평가받도록 하자는 논리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해 상충 우려 때문에 제대로 사업 기회를 갖지 못하는 소유 구조의 모순을 극복하고 파운드리 스스로 자립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파운드리홀딩스는 독립적인 경영진을 뽑아 인센티브 차원에서 많은 주식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이 삼성컨슈머홀딩스는 직접 경영하고 삼성반도체홀딩스와 파운드리홀딩스는 완전 전문경영인체제로 업그레이드해 이 회장은 이사회에 참여하는 역할로 국한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외국인 CEO 영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라고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분사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쪼갰을 때 기업가치가 실제로 올라가는가'"라면서 "사업재편은 자본배분과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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