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 사진=뉴시스


성과급 지급 방식을 전액 현금에서 '현금 40%·자사주 60%'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SK하이닉스의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25일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과반의 반대로 합의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진행된 찬반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1만6038명 중 1만5045명(93.81%)이 참여했으며 찬성은 49.92%(7510명), 반대는 50.08%(7535명)였다. 이에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과반의 반대로 부결됐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앞서 두달여간 진행된 교섭을 통해 지난 20일 임금 6.3% 인상과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는 주식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자사주 지급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0%의 물량은 당해 연도 매도가 가능하고 나머지 20%는 1년 뒤와 2년 뒤 각각 10%씩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다.



희망자에 한해 자사주 지급을 100%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구성원에게 선택권도 부여했다. 시행 첫해에는 구성원의 자금 운용 계획을 고려해 사유가 있는 경우 현금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식 수 산정 시에는 ▲연간 잠정 실적 공시일 종가 ▲PS 현금 지급일 종가 ▲주식 지급일 종가 가운데 가장 낮은 종가를 적용해 주가 변동성에 대한 보완 방안도 마련했다. 아울러 적자 발생 시에는 임금의 3% 이내를 이연 지급한 뒤 흑자로 전환하면 일시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잠정합의안은 노조 과반의 반대로 결국 도입이 무산됐다. 현금 지급을 선호하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 지급은 주가가 오르면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현금보다 체감 보상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노사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성과급 전액을 현금 지급하고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한 약속을 1년도 지나지 않아 뒤집은 데 대한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노사는 다시 재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023년과 2024년에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재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재협상 과정에서 성과급의 현금 지급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지급 비중을 기존 60%에서 낮추거나 조합원이 선택할 수 있는 현금·주식 비율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적자 발생 시 임금 일부를 이연 지급하는 조항 역시 조합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사측에 요구안을 다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추가 협상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재도출하더라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또다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출범한 생산직·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의 움직임도 변수로 꼽힌다. 통합노조는 현금 PS의 전부 또는 일부를 주식으로 변경하려는 시도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재협상 과정에서 통합노조가 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 불가 방침을 강조하며 세를 확장할 경우 올해 임단협 교섭이 장기화하고, 노사 간 갈등은 물론 노노 간 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