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늦더위가 한창인 8월28일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앞,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늘어섰다. 캐리어를 끌거나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차례를 기다렸고 일부는 휴대전화로 대기 행렬을 촬영했다. 케이블카가 2대뿐인 탓에 관광객들은 3분 남짓한 탑승을 위해 주말과 성수기에 1~2시간씩 기다리기도 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요 배경지로 등장한 남산이 글로벌 관광명소로 떠올랐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6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랜드마크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64년간 독점적으로 케이블카를 운영해온 가족기업의 소송에 발목이 잡혔다.
명동역 근처서 남산 정상으로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남산공원 이용객은 약 1192만명으로 전년 약 1103만명보다 8.1% 늘었다. 남산공원 이용객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982만명을 기록한 뒤 2020년 580만명으로 줄었다. 이후 2021년 646만명, 2022년 800만명, 2023년 962만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서울AI재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남산서울타워의 외국인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5만7370명으로 전체 유동인구의 55.7%를 차지했다. 케데헌에 남산서울타워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관광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남산서울타워 이용 편의성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45.8%에 달했다. 늘어난 관광객을 정상까지 실어 나를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순환버스를 제외하면 현재 정상부로 향하는 교통수단은 1962년 개통한 남산 케이블카가 사실상 유일하다. 남산 케이블카는 48인승 캐빈 2대로 운행한다. 시간당 수송 능력은 약 400~500명에 불과하다. 1962년 5월 12일 개통한 국내 최초의 여객용 케이블카다.

이런 병목을 풀기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해법이 '공공 곤돌라'다. 서울시는 명동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예장공원과 남산 정상부를 832m 구간으로 연결하고 10인승 캐빈 25대를 운행해 시간당 최대 2000명 이상을 수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케이블카 승강장의 경우 명동역에서 약 846m를 걸어 교차로 7곳을 지나야 한다.
그러나 사업은 2024년 9월 착공한 뒤 공정률 15% 수준에서 멈춰 섰다. 남산 케이블카을 운영하는 가족기업인 한국삭도공업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서울시는 지주 설치를 위해 남산 부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제외하고 근린공원으로 변경했지만 한국삭도공업은 공원녹지법상 구역 변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처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00억원대 공공사업이 공원구역 변경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리 다툼에 묶여 있는 셈이다.
9월17일 항소심 선고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은 한국삭도공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서울시의 도시자연공원구역 변경 결정이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항소심 첫 변론에서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가 재량행위라고 주장한 반면 한국삭도공업 측은 관련 시행령이 법규명령인 만큼 이를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공원녹지법은 도시자연공원구역의 지정·변경과 관련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당초 8월 20일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선고기일을 9월 17일 오후 2시로 변경했다.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의 공익성을 강조한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관계자는 "교통약자와 시민·관광객의 남산 정상부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곤돌라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60년 이상 된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문제를 해소하고 남산 생태환경을 복원하는 측면에서도 공익성이 있다. 관광자원인 명동과 남산 연계 시 지역경제 활성화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1년 남산 대기청정지역 지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관광버스 진입을 제한한 이후 대체 이동수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과거 관광버스가 담당했던 남산 정상부 수요는 연간 약 200만명이다. 서울시는 곤돌라가 이 수요를 우선 흡수하고 장기적으로는 남산 관광객 증가에 맞춰 최대 613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시는 운영수익금 약 79억원을 남산 생태환경 회복과 도시재생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한편 한국삭도공업은 관계자는 [시대]에 "남산 접근성 개선이나 시민 편익 증진이라는 공익적 목적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환경·경관 보전, 조류 및 도시생태 영향, 정상부 혼잡, 기존 인프라 개선 가능성, 교통약자 접근성 보완 대안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점이라는 표현만으로 남산 케이블카의 역사와 역할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1960년대 초 관광 인프라와 재정 여건이 지금과 크게 달랐던 시기에 민간이 투자 위험을 부담해 조성한 시설이며 60년 이상 큰 사고 없이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삭도공업은 1961년 당시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한석진 씨가 남산 케이블카 사업 허가를 받아 설립했다.

서울시는 소송과 별개로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이라는 우회로도 모색하고 있다. 현행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는 12m를 초과하는 건축물·공작물 설치가 제한되지만 높이 제한이 완화되면 용도구역 변경 없이 곤돌라 지주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이 방안을 지난해부터 정부와 협의해왔다.
그러나 이 우회로의 진척도 더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공작물의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후속 절차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입법예고 당시 환경단체 등에서 추가로 궤도시설을 설치하면 기존 산림 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인 상황으로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언팩] 회사의 이익, 누구의 몫일까? 'N% 성과급' 논쟁](https://i.ytimg.com/vi/yu7khZeLqo8/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_%EB%B0%B0%EB%84%88%EC%8B%9C%EC%95%88(26073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