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세제개편안이 최종 확정된 1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관련 안내문이 부착됐다./사진=뉴시스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린다고 연락이 오고 있어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법 등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날 오후부터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이 늘었다고 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유지하기로 하는 등 세금 압박이 한풀 꺾이면서 가격을 대폭 낮췄던 매물의 호가를 다시 올리려는 움직임이다.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오늘 오후 2개의 매물을 내렸고 5건 정도의 매물 호가를 올렸다"며 "전통적인 부촌은 세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종부세 기본공제 유지 방침이 급매를 거둬들이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인근 중개소에서도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이 나타났다. 최근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 최근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50억원 초반에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반포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세금 부담 상한선이 150%로 유지되고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가 올라가면서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내렸던 호가를 다시 올리고 있다"며 "매도자들도 정부와 국회의 세제 개편 추이를 보면서 움직이겠다며 관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안을 확정했다. 지난달 3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29일 만이다. 논란이 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은 12억원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비거주 1주택 부부 공동명의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 방침도 원안 대비 후퇴했다. 비거주 시 남편과 아내 각각 4억원씩(합계 8억원) 공제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각각 6억원씩(합계 12억원) 기본공제를 적용키로 했다. 비거주 1주택자(12억원)와 기본공제액 수준을 맞췄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세제 개편으로 종부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비거주 1주택자 매도 압력 낮아져…"매도자 매수자 눈치싸움"

시장에선 세제개편안 수정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매도 압력이 낮아졌으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보유세 강화의 큰 틀을 유지하는 만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거주 1주택 14억원, 비거주 12억원의 기본공제와 150%의 세 부담 상한은 종전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실거주 1주택자 우대 원칙은 유지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급격한 세 부담 증가와 과세 형평성 논란을 줄인 절충안"이라며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당초 정책 취지는 약화됐으나 주택시장 흐름을 바꿀 정도의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수석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납세자의 형평성과 제도 예측 가능성을 우선한 정부안으로 보인다"며 "초고가 주택이거나 장기간 보유로 양도차익이 매우 큰 주택의 장기보유 관련 공제 상한선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개될 정부의 세제개편안 정부안과 국회 논의 과정에 따라 매매시장이 본격적으로 요동칠 것으로 봤다. 비거주 주택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매도나 증여, 보유 중 어느 쪽이 실익이 큰지 따지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박태형 우리은행 PB지점장은 "초기 정부안보다 완화된 개정안에 1주택자들이 안도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정부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된 사례가 과거에도 많았던 만큼 최종 입법 과정에 그대로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지용 신한은행 PWM일산센터 팀장은 "당초안보다 대폭 완화된 최종안이 확정되면서 '패닉성' 증여와 매도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며 "초고가와 다주택 구간은 여전히 세부담이 늘어나는 구조가 유지돼 이 구간의 자산가들은 일부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정부안으로 정책의 일관성, 예측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세금 완화를 기대한 매수자와 초고가주택 등 부자 증세를 우려한 매도자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