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사진=뉴시스


#. 시중은행 직원 A씨는 마이너스통장이 필요해 재직 중인 은행 대신 한 인터넷은행의 앱을 켰다. 자행의 임직원 일반자금대출 한도가 20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서다. 자행에서 조회해본 금리는 타행 우대금리 적용치보다 약 1%포인트나 높다. A씨는 "은행 직원이면 대출을 싸고 쉽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행보다 타행 조건이 나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은행 직원들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은행을 찾고 있다. 필요한 자금이 자행에서 제공하는 한도를 웃돌거나 자행에서 제시하는 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를 원하는 이들은 타행 상품을 비교해 대출을 받는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업감독규정은 은행의 임직원 대출을 일반자금대출 2000만원, 주택자금대출 5000만원, 사고금정리대출 6000만원 등을 규정한다. 주택자금대출 한도에는 일반자금대출이, 사고금정리대출 한도에는 일반·주택자금대출이 포함돼 각 한도를 더해 중복해서 받을 수는 없다.

자행 직원이라고 해서 낮은 금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 일부 은행이 임직원에게 저금리 신용대출을 제공했지만 특혜 논란이 제기된 뒤 직원 우대는 상당 부분 축소됐다. 현재는 은행별 임직원 대출 기준에 따라 일반 고객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자행에서는 신용대출 한도가 작고 금리도 특별히 유리하지 않아 타행 상품과 함께 비교한다"며 "소득과 신용점수에 따라 더 높은 한도를 받을 수 있는 타행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직원도 "지금은 인터넷은행에서 비대면으로 한도와 금리를 조회할 수 있어 타행 이용도 쉬워졌다"고 했다.



임직원 일반자금대출 2000만원 한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감독규정 개정 이후 28년째 유지되고 있다. 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임직원에게 거액의 저리대출을 제공하거나 대출 심사 과정에서 동료 직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물가와 임금이 오른 만큼 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지만 특혜와 금융사고 가능성을 이유로 지금까지 기준이 유지돼 왔다.

은행권에서는 자행 대출만 제한하는 현행 규제가 직원의 전체 차입을 줄이기보다 대출 수요를 다른 은행으로 이동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행에서는 일반자금대출을 2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지만 타행에서는 소득과 신용도, 기존 부채에 따라 일반 직장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은 복리후생 차원에서 직원에게 주택 구입·임차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을 빌려준다. 회사 예산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을 활용한 복지성 대여금으로, 은행이 고객에게 취급하는 금융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국민의힘·대구 서구)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근속 1년 이상인 무주택 직원에게 주택 구입·임차자금을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직원 150명이 해당 대출을 이용하고 있으며 잔액은 59억6000만원이다.

올해 상반기 한은 직원 주택자금대출에 적용된 금리는 연 3.5%로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공시된 같은 기간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 4.3%보다 0.8%포인트 낮았다. 은행법은 은행을 '은행업을 규칙적·조직적으로 경영하는 한은 외의 모든 법인'으로 정의한다. 이에 따라 한은에는 시중은행과 같은 은행법상 임직원 대출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권은 장기간 고정된 일반자금대출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론도 있다. 은행 직원은 내부 심사기준과 상품 구조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동료 직원이 대출을 심사할 수 있어 일반 기업의 사내대출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직원 대출 제한은 은행원의 전체 채무를 관리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자행과 직원 사이의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장치"라며 "한도 현실화 여부를 검토하면서 내부통제 장치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