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님, 아이한테 투자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고액 자산가 고객을 만나 자산관리 상담을 하다 보면 의외의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의외였다. 자신의 자산을 수십 년간 관리해온 분들이니 자녀의 금융교육에도 자신이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녀에게 좋은 교육과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지만, 정작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실패하는 법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막막해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많지 않다. 학교에서 경제와 금융을 배우더라도 시험을 위한 지식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실제 생활에서 돈을 어떻게 판단하고 관리할 것인지 직접 경험할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에서는 금융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실제 생활과 연결해 금융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학교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한 '돈의 사용법'을 누군가는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바로 부모다.
얼마 전 한 기업가가 들려준 자녀교육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 부모는 자녀에게 투자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 투자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대학교에 진학한 자녀에게 큰돈을 맡긴 것은 아니었다. 잃어도 괜찮을 만큼의 작은 돈을 가지고 직접 투자를 해보도록 했다. 무엇을 살 것인지도 자녀가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교수에게 물어보고,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투자하도록 했다. 물론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는 실패한 투자 결과를 가지고 자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판단하고 경험하도록 지켜봤다고 한다.
나는 이 대목이 자녀 금융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가르치는 것과 투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을 고르는 방법이나 주식의 PER(주가이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으로 돈을 움직여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험이다. 너무 일찍 팔아서 아쉬워해보기도 하고, 잘못된 종목을 골라 손실을 경험해보기도 하고, 좋은 기업을 오래 보유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도 직접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자녀에게 투자 경험을 줄 때 중요한 것은 '실패해도 괜찮은 돈'이다. 인생을 흔들 정도로 큰돈일 필요는 없다. 잃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돈이면 충분하다. 젊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실패는 훗날 더 큰 실패를 막아주는 가장 값싼 수업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업가의 자녀교육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1년치 예산안을 자녀 스스로 작성하게 하는 것이다. 교재비, 학비, 학원비, 의복비, 여가비 등 1년 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비용을 직접 계산하게 한다. 그리고 매년 연말이 되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앉아 다음 해 예산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왜 이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꼭 필요한 지출과 줄일 수 있는 지출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한다. 부모가 정답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직접 세운 예산안을 놓고 함께 협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합의한 금액을 매월 지급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비를 숫자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번 달에 옷을 많이 샀다면 다음 달에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사고 싶은 것이 생겼다면 지금 살 것인지, 조금 더 모아서 살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부모가 "돈 아껴 써라"라고 열 번 말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교육이다. 자신의 돈을 직접 관리해보는 순간, 소비가 '숫자'로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도 부모의 절제가 필요하다. 매달 영수증을 검사하고 무엇을 샀는지 따지기 시작하면 경제교육은 금세 잔소리가 된다. 그래서 이 부모는 일 년에 한 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정말 불필요해 보이는 곳에 돈을 썻더라도 예산안에서 움직였다면 자녀의 판단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간섭이 아니라 대화를 해야하며, 통제가 아니라 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 두 가지 교육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부모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도 자녀가 직접 결정하게 하고, 소비도 자녀가 직접 예산을 세우게 한다. 부모는 필요한 순간에 조언할 뿐 결과를 대신 책임지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자녀에게 자본주의를 가르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위험을 감당하고, 때로는 실패하면서 다시 선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녀에게 좋은 대학에 가는 법은 가르치면서도 돈을 가지고 의사결정하는 법은 충분히 가르치지 않는다. 좋은 직업을 얻는 법은 알려주면서도 월급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알아서 배우라고 한다. 돈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정작 돈을 잃었을 때 다시 일어나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특히 고자산가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자녀에게 많은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 돈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대신 투자해주고, 대신 예산을 짜주고, 대신 실패를 막아주는 것은 당장은 가장 안전한 방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났을 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잔고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력이다. 그래서 자녀에게 돈을 물려주기 전에 먼저 경험을 물려줄 필요가 있다.
작은 돈으로 투자해보고, 실패해보고, 스스로 공부해보고, 자신의 1년 예산을 직접 짜보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져보는 경험.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돈을 단순히 '써야 하는 것'이나 '부모에게 받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며, 잘못된 판단에는 대가가 따르고 좋은 판단에는 시간이 보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배워간다. 부모가 자녀에게 남겨야 할 것은 '얼마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답만이 아니다. 그 돈이 언젠가 사라지더라도 스스로 다시 돈을 만들고, 지키고, 불릴 수 있는 힘.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진짜 자본주의가 아닐까? 돈을 물려주는 것은 한 번의 선택이지만, 돈을 다루는 힘을 물려주는 것은 평생의 유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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