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금융노조와 금감원 노조가 전문인력 이탈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어, 정주여건 확충과 현장 설득이 정책 성패의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금융노동자 총파업 집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와 주 4.5일제 도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 반발이 거세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데 이어 금융감독원 노동조합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금융권 노조는 전문인력 이탈과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지만,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과 일자리를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정책에 금융권만 예외를 요구하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쟁점은 지방이전의 필요성 자체보다 방식에 모인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되 기관만 옮겨 놓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교육·의료·주거 등 기반시설을 함께 갖춰 직원과 가족이 실제 지역에 정착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1차 총파업을 열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약 3만명의 조합원이 참가해 주4.5일제 도입과 청년채용 확대, 실질임금 인상과 함께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농협 등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를 요구했다.

"전문인력 떠난다" 반발

금융노조는 금융기관을 일률적으로 이전하면 전문인력 이탈과 기관 간 협업체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기관과 기업, 전문인력이 가까운 곳에 집적돼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금융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2차 이전에 앞서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와 인력 이탈, 정주여건 문제 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노조도 같은 날 금융감독원과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우려를 담은 탄원서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탄원에는 금감원 임직원 1720명이 참여했다. 금감원 노조는 감독기관이 금융회사와 물리적으로 멀어질 경우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금융소비자 피해에 대응하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력 이탈 가능성을 강조했다. 금감원 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이전이 공식화될 경우 만 40세 미만 응답자 757명 가운데 609명(80.4%)이 이탈하겠다고 답했다. 변호사는 85.5%, 회계사는 78.9%, 석·박사 인력은 65.5%였다. 산업은행 역시 부산 이전 논의 이후 연간 30~40명 수준이던 퇴사자가 2022년과 2023년 100명 가까이 늘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어디'보다 '어떻게'가 관건

반면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일자리, 자본을 지역으로 분산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는 점에서 금융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금융공공기관이 근무지 변경을 이유로 이전 자체를 막으려는 것은 기존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개를 대상으로 '잔류 최소화' 원칙을 적용해 올해 4분기 중 이전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한다. 이전기관을 여러 지역에 나눠 배치하기보다 기존 혁신도시와 5극3특 성장전략, 지역 산업·대학 등을 연계해 집적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차 이전의 성과와 한계도 함께 짚었다. 수도권 소재 150개 기관과 약 5만명이 행복도시와 10개 혁신도시로 이동하면서 지역 핵심산업 성장과 지역인재 채용, 지방세수 확대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관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지역발전을 충분히 견인하지 못했고 혁신도시의 정주여건도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2차 이전에서는 '어디로 옮길지'뿐 아니라 '어떻게 정착시킬지'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교통·교육·의료·문화 등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이전 비용과 주거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직원과 가족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어야 기관 이전이 실제 지역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기관 임직원들의 불편이 없도록 이전 비용과 주거지원 비용 등을 두텁게 지원하고 교육·의료 등 정주여건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지방정부와 노동계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전계획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