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면적의 12%를 차지하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는 인구의 51%가 몰려 산다. 절반도 안 되는 나머지 인구가 흩어져 사는 88%의 국토, 이른바 지방은 인구밀도만큼 생활기반시설도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학교·병원 등 핵심 인프라 확충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지방으로 옮기는 최대 350여개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이주수당(2년간 월 20만원) ▲원거리 우대수당(2년간 최대 월 20만원) ▲조기이전 수당(2년간 최대 월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세 수당을 합치면 1인당 2년간 최대 2160만원이다. 이사비는 따로 지원한다. 화물 5t까지는 실비를, 5t 초과 7.5t까지는 사다리차 비용을 포함해 실비의 50%를 준다. 1차 이전 때 이주수당은 1인당 2년간 최대 480만원이었다. 수당만 놓고 보면 4.5배로 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확정된 1차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153개 공공기관의 약 5만2000명이 지방으로 향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혁신도시 10곳으로 이전한 인원 가운데 가족과 함께 이주한 비율은 ▲2015년 26.9%(7781명) ▲2019년 37.8%(1만6204명) ▲2025년 41.7%(1만9988명)로 10년간 꾸준히 올랐지만 아직 절반에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교육·의료 등 정주 기반시설이 공공기관보다 늦게 들어선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달 중순 발표한 '2025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76곳(30.4%)이 의료취약지다. 종합병원까지 1시간 안에 닿기 어려운 인구 비율과 기준 시간 안의 의료 이용률을 따져 가려낸 지역이다. 취약지 비율은 ▲강원 ▲경북 ▲경남 ▲제주 ▲전남 순으로 높았다. 서울·부산·광주·대전·울산·세종에는 취약지가 한 곳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윤 의원(비례대표·초선)은 이날 [시대]와의 통화에서 "지역 균형발전에 필요한 요소를 조사해보면 결국 첫째가 의료, 둘째가 교육"이라며 "정부가 지역 내 필수의료체계 확충을 위해 인건비와 운영비 등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 의료 인력·시설·장비 확충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을 찾는 경증환자를 소규모 의원급 병원에서 받아주는 협력체계가 갖춰지면 지역에서 응급실 뺑뺑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내 거점도시에 대진료권(2시간 내 대학병원을 찾을 수 있는 권역)을 구축하고 군 단위에서 언제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교통편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녀를 가진 수도권 직원들이 가족 이주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이다. 이길영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영어 교육의 경우 지방은 원어민 교사가 정주할 수 있는 여건 등이 부족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크다"며 "정부가 과거부터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EBS(한국교육방송) 교육을 늘리는 등 노력했지만 생각 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지역의 거점별 영어교육 시설을 늘리는 등 전폭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며 "AI(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원어민 교육을 지방에서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면 지방 이전에 대한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에 있으면 상위권 대학에 가기 불리하고 상위권 대학을 못 가면 일자리를 얻기 더 힘든 구조가 굳어졌다"며 "삶이 팍팍해도 아이는 자신보다 어렵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가족이 모두 지역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망가진 시스템을 바로잡으려면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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