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사진=KB금융


이재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가 연말 대규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앞두고 '세대교체'를 단순한 연령 기준의 인적 쇄신으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말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10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이 후보자가 취임 후 단행할 첫 인사의 폭과 방향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자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말 인사와 관련해 "지난주 금요일에 최종 후보가 된 만큼 아직 구체적인 인사 방향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세대교체의 기준을 단순히 나이로 보지는 않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그는 "세대교체라는 의미는 나이에 달려 있기보다는 의사결정을 좀 더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는 젊은 조직이라는 의미"라며 "나이를 잣대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1일 이 후보자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하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회장 교체가 연말 계열사 CEO 인사까지 큰 폭의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취임 직후 주요 계열사 CEO 인사라는 첫 과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대표 등이 올해 말 첫 임기를 마친다.

이미 한 차례 연임한 CEO들도 다시 평가대에 오른다.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를 비롯해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의 임기도 오는 12월 말 끝난다. 반면 지난해 말 새로 선임된 강진두 KB증권 IB부문 대표와 곽산업 KB저축은행 대표는 2027년 말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이 후보자가 오는 11월 공식 취임하면 한 달여 만에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인선을 이끌게 된다. 주요 계열사 대표 10명이 한꺼번에 인사 대상에 오르는 만큼 첫 인사는 향후 '이재근 체제'의 조직 색깔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날 발언을 보면 이 후보자가 말하는 '세대교체'는 연령을 기준으로 한 일률적인 물갈이와는 거리가 있다. 인사의 핵심 기준으로는 역량과 전문성을 제시했다. 그는 "역량에 기반한 전문성과 직원들과 어떻게 호흡하는지, 직원들의 헌신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인지를 고민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나이보다 사업 전문성과 조직을 이끌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살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사 권한을 회장 개인에게 집중시키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회장이 모든 권한을 갖기보다는 시스템에 따라 조직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열사 대표 인선 역시 회장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대추위 등 정해진 절차와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회장과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계열사 대표이사의 경영승계 계획 수립과 변경 등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지난해 계열사 인사에서는 변화와 안정이 병행됐다. KB증권 IB부문과 KB저축은행에는 각각 강진두·곽산업 대표를 새로 선임한 반면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 등 5명은 연임했다. 재선임된 대표의 임기는 1년으로 정해져 이들이 올해 다시 평가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이환주 행장을 비롯한 초임 CEO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첫 임기 동안 거둔 경영 성과와 함께 이 후보자가 제시한 역량과 전문성, 조직 리더십 등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적도 변수다. 김재관 대표가 이끄는 KB국민카드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21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0.7% 증가했다. 각 계열사의 경영 성과와 사업 경쟁력이 이 후보자가 제시한 인사 원칙과 맞물려 연임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회장에게 힘이 집중되기보다는 큰 조직이기 때문에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연계되는 조직을 지향하고 싶다"며 "어떤 한 사람, 특정인의 개인기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라기보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해 움직이는 조직, 좀 더 분권화된 조직, 지속 가능한 조직에 중점을 두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