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사진=강한빛 시대 기자


이재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가 양종희 회장이 구축한 경영 전략의 큰 틀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혁신과 자본시장 중심의 머니무브 등 금융산업의 변화가 거세지는 향후 3~5년을 KB금융의 미래를 좌우할 변곡점으로 규정하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후보자는 14일 오전 7시20분께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신관으로 출근해 약 10분간 기자들과 만나 "안정적인 성장을 다시 한번 이끌어주신 양종희 회장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KB금융그룹의 경영의 연속성과 전략의 연속성, 비즈니스 연속성이 훼손되지 않고 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 후보자를 선정한 이후 처음 내놓은 공식 메시지다.



이 후보자는 "정식으로 취임한다면 무엇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KB금융그룹을 어떻게 잘 이끌어갈지, 대한민국 대표 리딩 금융그룹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고객과 주주, 일반인, 언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양 회장의 경영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KB는 상반기에 3조9000억원 가까운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고 주가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신이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된 데에는 현재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3~5년을 KB금융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시기로 꼽았다. AI를 비롯한 기술 혁신과 고령화,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등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자는 "앞으로 3~5년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금융그룹의 명운이 좌우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안정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만큼 단순히 국내 금융그룹 1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금융산업의 무게중심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등 금융회사의 사회적 역할도 한층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후보자는 "국내 금융그룹 1등이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진정한 리딩 금융그룹이라면 변화를 주도하고 산업의 새로운 표준과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어떻게 잘 나아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연말 인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세대교체'를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한 인적 쇄신으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분명히 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주 금요일에 (최종 후보가) 돼서 인사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회장이 전부 힘을 갖고 하기보다는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열사 대표 선임 역시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회 내 절차를 통해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대교체라는 의미는 나이에 달려 있기보다는 의사결정을 좀 더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는 게 젊은 조직이라는 의미"라며 "나이를 잣대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의 핵심 기준으로는 역량과 전문성을 제시했다. 그는 "역량에 기반해 전문성과 직원들과 어떻게 호흡하는지, 직원들의 헌신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인지를 고민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직 운영의 화두로는 '분권'과 '시스템'을 꺼내 들었다. 회장 개인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자는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직원들이 어떻게 직장에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할 것이냐, 그분들의 조직에 대한 헌신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에게 힘이 집중되기보다는 큰 조직이기 때문에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연계되는 조직을 지향하고 싶다"며 "어떤 한 사람, 특정인의 개인기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라기보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해 움직이는 조직, 좀 더 분권화된 조직, 지속 가능한 조직에 중점을 두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리딩 금융그룹의 역할을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라 고객·투자자·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규정했다. 그는 "수익을 더 많이 내는 게 아니라 고객, 투자자와 같이 동반 성장하는 게 리딩의 모습"이라며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하고 리딩의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쳐 다음 달 2일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을 받는다. 이후 오는 11월 20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B금융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