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스1


한국은행의 2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를 올리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정형 대환 문의도 늘고 있지만 긴축 전망이 시장금리에 상당 부분 선반영되면서 실제 전환을 둘러싼 차주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시된 금리만 비교하기보다 남은 만기와 상환 계획, 중도상환수수료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5~6.46%로 두 달 전(연 4.02~6.37%)보다 하단이 0.23%포인트, 상단이 0.09%포인트 올랐다. 전세대출 금리도 6개월 변동형 기준 연 3.33~6.03%에서 연 3.65~6.35%로 상·하단이 각각 0.32%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지난 7월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다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첫 인상이자 두 차례 연속 인상이다. 연준도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다. 12대0 만장일치 결정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체감 부담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에서 먼저 나타난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 15일 공시한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18%로 전월과 같았다. 다만 6개월 전 낮은 코픽스를 적용받았던 변동형 주담대 차주는 이달 금리 갱신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최대 0.41%포인트 오른다.

12개월 변동형 차주는 지난해 7~8월 코픽스와 비교해 최대 0.69%포인트 상승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코픽스 자체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반년 또는 1년 전보다 높아진 금리가 갱신 시점에 반영되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빚 재편이 우선"…고정형 대환 문의 ↑

은행 영업점의 대출 상담 분위기도 달라졌다. 금리 상승세에도 일단 관망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변동금리 차주를 중심으로 금리 조정 시점과 월 상환액, 대출 구조를 점검해달라는 문의가 늘고 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고객이 먼저 전화하거나 예약을 잡고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특히 변동금리 차주들은 다음 금리 조정 시점과 월 상환액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확인하려 한다"고 했다.

박 지점장은 "상담의 초점도 '얼마를 더 빌릴 수 있느냐'에서 '기존 부채를 어떻게 정리하고 재편할 것이냐'로 옮겨갔다"며 "대출 상담이 자산관리이자 위기관리 상담으로 바뀐 셈"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담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10건 중 7건 가까이가 시장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 구조다.

고정형 대출로 갈아타려는 문의도 늘었지만 실제 대환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아직 높지 않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고정형 대출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금리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지금 전환하는 것이 유리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시중금리 속도차 주의해야

박 지점장은 "고정금리를 문의하는 고객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이미 인상분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판단에 실제 전환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다소 낮다"며 "현재 제시된 금리 차이만 볼 것이 아니라 남은 대출 만기와 추가 인상의 횟수·폭을 함께 놓고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만기가 길고 추가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 현재 금리가 다소 높더라도 고정형이 총이자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조기 상환 계획이 있다면 중도상환수수료와 대환 비용을 고려할 때 서둘러 갈아탈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박 지점장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반드시 양자택일할 필요는 없다"며 "여건이 된다면 보유 대출을 고정형과 변동형으로 나눠 금리 변동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진영 신한은행 패밀리오피스 팀장은 시장금리의 선반영 가능성을 고려해 성급한 대환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반드시 같은 폭과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며, 시장금리가 통화정책 전망과 채권 수급, 투자심리 등을 먼저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한은의 두 차례 인상과 연준의 이번 인상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됐던 만큼 시장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만으로 지금 무리하게 장기 고정형으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리 차이뿐 아니라 향후 금리 흐름과 남은 대출기간, 중도상환수수료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