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에스엘 실적 추이.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현대자동차·기아 1차 협력사 에스엘이 자동차 부품을 넘어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향 매출이 전체의 40%를 웃도는 가운데 로봇 공급망에도 진입하며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신사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54년 설립된 에스엘은 국내 자동차 램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현대차에는 1969년부터 헤드램프를 공급해 왔으며 기아·GM·포드 등에도 램프와 전동화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투싼·팰리세이드·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등 주요 차종에 에스엘의 LED 헤드램프가 탑재된다.



매출 대부분도 차량용 램프에서 나온다. 올해 상반기 매출 2조7553억원 가운데 램프 관련 매출은 2조1410억원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44%에 달해 현대차그룹의 안정적인 수요가 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은 자동차 부품에 그치지 않는다. 에스엘은 2021년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당시 로봇 부품 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현재 현대차의 이동형 로봇 모베드(MobED)에 라이다 모듈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공급 및 위탁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의 다리 레그 모듈도 수주했다.

에스엘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자체 벤더들이 많아 향후 로봇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1차 협력사들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최근 로봇 시장이 뜬다고 갑자기 진입한 것이 아니라 4~5년 전부터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로보틱스 관련 매출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 물량을 통한 성장 여력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는 향후 3년간 모베드 1만~1만5000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어 에스엘도 수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주력 사업과 마찬가지로 특정 고객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약점으로 꼽힌다.

올해 2분기 협력사 화재와 파업으로 현대차가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에스엘의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5%, 영업이익은 12.6% 감소했다. 램프 사업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치열해져 사업과 매출처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로봇 사업도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외부 수주를 확대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물량은 초기 양산 경험과 수요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그룹의 생산 계획과 사업 전략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수 있다. 로봇은 완성차 부품보다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수요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로봇 수요가 전자·물류·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는 만큼 고객 기반을 넓혀 매출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에스엘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은 고객사 파업과 중국 완성차, 테슬라 등과의 경쟁 심화로 녹록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차의 신차 출시가 다수 예정돼 있어 이에 따른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로봇 사업에서도 회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으며 추가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