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박성현 대표와 리벨리온 로고. /그래픽=챗GPT


인공지능(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국내외 기업·공공기관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공급하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AI 인프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데 이어 해외에서 첫 AI 인프라 공급 성과도 내며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추론에 특화된 NPU 개발에 집중해 왔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모델 학습부터 추론까지 폭넓게 처리한다면 리벨리온의 NPU는 추론에 필요한 연산에만 집중한다. 불필요한 연산을 줄여 전력 사용량을 낮추고 처리 효율을 높인 것이 리벨리온의 경쟁력이다.



리벨리온은 박성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MIT 박사 출신인 박 대표는 인텔·스페이스X를 거쳐 모건스탠리에서 퀀트 개발자로 근무했다. 이후 2020년 IBM 왓슨연구소 수석 설계자였던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AI 반도체 전문가들과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오는 30일 [시대]의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비상' 포럼을 앞두고 지난 15일 열린 사전 숙의토론에서 신성규 리벨리온 CFO는 "AI 연산을 잘하는 반도체를 만들자는 게 우리의 출발점"이라며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만큼 추론이란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비상' 사전숙의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리벨리온은 최근 대형 AI 모델 구동에 성공하며 NPU 성능을 입증했다. 지난 7월 5190억개 매개변수를 갖춘 SK텔레콤의 초거대 AI 모델 'A.X K1'을 자사 NPU 서버인 '리벨서버' 한 대에서 안정적으로 실행했다. 매개변수는 AI가 학습을 통해 익힌 정보와 패턴을 나타내는 수치로 숫자가 클수록 높은 메모리·연산 성능이 요구된다.

공공 영역에서도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 리벨리온은 지난달부터 경남도청과 울산시청 CCTV 관제센터에 서버형 NPU '아톰맥스'를 공급하고 있다. AI가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재·범죄 등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관제요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다.



리벨리온은 NPU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NPU가 AI 연산을 담당한다면 AI 인프라는 NPU가 탑재된 서버와 서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서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아우른다. 리벨리온은 지난 3월 세 가지 요소를 하나로 묶은 AI 인프라 '리벨랙'과 여러 리벨랙을 연결한 '리벨POD'를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국내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스퀴즈비츠를 인수해 AI 모델 경량화와 NPU 최적화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했다.

회사는 AI 인프라 사업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리벨리온은 지난 16일 일본 AI 인프라 기업 ai&와 파트너십을 맺고 도쿄 데이터센터에 리벨랙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리벨랙은 ai&가 일본 기업과 정부기관, 개발자에게 제공하는 AI 추론 서비스에 활용된다. ai&는 리벨랙 도입 규모를 10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리벨리온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회사는 지난 3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서 기업가치를 3조4000억원으로 인정받고 6400억원을 유치했다. 이 가운데 국민성장펀드가 250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국민성장펀드가 기업 지분에 직접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투자로 리벨리온의 누적 조달액은 약 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NPU '리벨100' 양산 확대와 후속 제품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데이터센터 고객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리벨100은 대형 생성형 AI를 겨냥한 NPU로 해당 제품에는 144GB 용량과 초당 4.8TB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갖춘 HBM3E가 탑재된다. 대용량·고속 메모리를 바탕으로 대형 생성형 AI 모델의 추론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 CFO는 "AI 추론 시장은 이제 본격화하고 있다"며 "HBM이 탑재된 제품이 본격적으로 고객사에 공급되면 해외 사업 확장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