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안 잡히는지 모르겠어요. 온몸에 모기 제일 많이 물린 사람을 찾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기숙사인 무악학사에서 만난 재학생 김모씨(23·여)는 최근 이 일대에 여러 차례 출몰한 일명 '복면 알몸남'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무섭다' '스트레스받는다' 이런 이야기가 많다"며 "빨리 잡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기숙사에 비상이 걸렸다. 안산공원 산책로와 맞닿은 신촌 기숙사 주변에서 복면을 쓴 남성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뛰어다니거나 수풀에 숨어있다가 행인을 추행했다는 신고가 지난 석 달 동안 ▲6월12일(금) ▲7월21일(화) ▲8월19일(수) 세 건 접수됐다. 서대문구와 연세대가 운영하는 이 일대 CCTV는 모두 합쳐 수백 대에 달하지만, 경찰은 아직 용의자 단서조차 찾지 못해 학생과 주민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 주변은 '알몸남 주의보'
[시대]는 지난 15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복면 알몸남'이 목격된 연세대 신촌 기숙사 인근을 둘러봤다. 무악학사에서 안산공원으로 연결되는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채워졌다. 철문에는 '학생 안전 확보 및 출입 관리 보안 강화를 위해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캠퍼스로 향하는 메타세쿼이아길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 작은 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이곳은 나무가 빽빽해 유독 어두웠던 길목. 대학 측은 가로등 조도를 높이고 가지치기를 해 시야를 확보했다. 용의자 출몰 장소로 지목된 출입문의 경우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조명을 설치했다.
캠퍼스로 향하는 메타세쿼이아길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 작은 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이곳은 나무가 빽빽해 유독 어두웠던 길목. 대학 측은 가로등 조도를 높이고 가지치기를 해 시야를 확보했다. 용의자 출몰 장소로 지목된 출입문의 경우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조명을 설치했다.
경찰도 광역예방순찰대와 관할 지구대·파출소 경력을 투입해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순찰하고 있다. 투입 인력은 고정돼 있진 않다. 서대문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은 "무악학사와 주변 1인 여성 가구 일대를 중심으로 경찰관들을 최대한 투입해 순찰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런 조치에 안도하면서도 범인이 지금까지 잡히지 않은 점에 찜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경제학과 이모씨(21)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다닐 정도로 어두웠는데, 지금은 전구를 설치하고 경찰도 있어 안심된다"면서도 "계속 순찰할 순 없을 텐데 다시 출몰하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매달 한 번씩 어김없이 나타나는 알몸남
[시대]가 확보한 112 신고 내역을 보면, 지난 6월12일 오후 9시18분쯤 복면 알몸남이 처음으로 목격됐다. 안산자락길에서 한 남성이 '맨몸으로 복면을 착용하고 숨어 있다가 뒤에서 껴안고 도주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부터 39일 뒤인 7월21일 오후 11시48분쯤엔 '연세대 기숙사 산 쪽에서 남자인 것 같은 사람이 뛰어다니다가 나를 보고 산으로 도망갔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들어왔다.
다시 29일 뒤인 지난달 19일 오후 10시18분쯤엔 기숙사 바로 뒤 안산 진입로 부근에서 신원 미상 남성이 재학생을 성추행하고 달아났다. 당시 대학 보안팀은 '알몸으로 남자가 배회하고 있다. 복면을 썼고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세 사건이 동일인의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하고 있으나 마지막 신고 이후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용의자 신원을 특정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노상방뇨를 하던 남성이 '복면 알몸남'으로 의심받아 붙잡히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쯤 안산자락길 약수터 인근에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신체를 노출한 6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당일 석방됐는데,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복면남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풀어줬다.
다시 29일 뒤인 지난달 19일 오후 10시18분쯤엔 기숙사 바로 뒤 안산 진입로 부근에서 신원 미상 남성이 재학생을 성추행하고 달아났다. 당시 대학 보안팀은 '알몸으로 남자가 배회하고 있다. 복면을 썼고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세 사건이 동일인의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하고 있으나 마지막 신고 이후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용의자 신원을 특정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노상방뇨를 하던 남성이 '복면 알몸남'으로 의심받아 붙잡히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쯤 안산자락길 약수터 인근에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신체를 노출한 6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당일 석방됐는데,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복면남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풀어줬다.
그 많은 CCTV에도 용의자 특정 못한 경찰
연세대 기숙사 주변은 CCTV가 드문 곳이 아니다. 무악1학사를 중심으로 반경 1㎞ 내 서대문구가 관리하는 CCTV만 634대다. 또 연세대가 무악1학사에서 메타세쿼이아길을 따라 이어진 도로에 별도로 설치한 CCTV가 13개 지점, 23대다. '복면 알몸남'이 출몰한 지역 반경 1㎞ 안에 CCTV가 657대나 있는 것이다. 반경 2㎞로 넓히면 CCTV는 3000여대에 이른다.
그런데도 경찰이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은 CCTV 화질이 어둡고 흐려서다. 이 지역 한 경찰관은 "CCTV 캡처 화면을 보면 나무 뒤에 서 있는데, 옷을 입지 않아 하얀 마네킹처럼 보인다"며 "화질이 좋지 않아 복면은 뭐라고 묘사하기도 어렵다. 용의자가 눈앞으로 지나간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재학생 성추행 피해 신고가 접수되자 지난달 말 무악학사 바로 뒤편에 특수카메라인 열화상 카메라와 초저조도 카메라를 각각 1대씩 새로 달았다. 이곳에 다시 범인이 나타나면 적외선으로 어둠 속 범인을 찾아내 빛이 적은 상황에서도 선명하게 촬영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범인의 동선 추적이 어려워져 수사가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대문구의 CCTV 영상 보존기간은 30일이다. 서대문구 스마트관제팀은 "디스크 공간을 덮어쓰는 방식이라 30일 뒤 삭제된 영상은 복원이 어렵다"고 했다. 연세대가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는 CCTV 영상 보존 기간 역시 30일이다. 사건 직후 이 일대 영상을 별도로 확보하지 않았다면 6·7월 범행 당시 영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셈이다. 기숙사 뒷길엔 차량 주차 공간이 없는 데다 메타세쿼이아길 초입에 차량 진입 차단 말뚝이 있어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경찰이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은 CCTV 화질이 어둡고 흐려서다. 이 지역 한 경찰관은 "CCTV 캡처 화면을 보면 나무 뒤에 서 있는데, 옷을 입지 않아 하얀 마네킹처럼 보인다"며 "화질이 좋지 않아 복면은 뭐라고 묘사하기도 어렵다. 용의자가 눈앞으로 지나간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재학생 성추행 피해 신고가 접수되자 지난달 말 무악학사 바로 뒤편에 특수카메라인 열화상 카메라와 초저조도 카메라를 각각 1대씩 새로 달았다. 이곳에 다시 범인이 나타나면 적외선으로 어둠 속 범인을 찾아내 빛이 적은 상황에서도 선명하게 촬영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범인의 동선 추적이 어려워져 수사가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대문구의 CCTV 영상 보존기간은 30일이다. 서대문구 스마트관제팀은 "디스크 공간을 덮어쓰는 방식이라 30일 뒤 삭제된 영상은 복원이 어렵다"고 했다. 연세대가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는 CCTV 영상 보존 기간 역시 30일이다. 사건 직후 이 일대 영상을 별도로 확보하지 않았다면 6·7월 범행 당시 영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셈이다. 기숙사 뒷길엔 차량 주차 공간이 없는 데다 메타세쿼이아길 초입에 차량 진입 차단 말뚝이 있어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놈은 다시 나타날까
한 달 간격으로 출몰한 '복면 알몸남'은 다시 나타날까.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범죄 패턴상 세 건 모두 동일인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지난 6월부터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의 후속 조치가 소극적이어서 이 사람이 반복적으로 출몰한 것 아니겠느냐. (용의자)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오 교수는 "알몸으로 뛰어다니거나 여성을 추행하는 행동은 성도착증의 전형적인 수법이어서 그 이상의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하려면 범행 장소에서 지문이나 비말, 정액, 털 등 DNA를 확보해 대조해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수사기관에 용의자의 DNA 데이터가 없으면 신원 특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용의자가 범행을 준비했다면 이 일대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서대문서 관계자는 용의자 특정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범죄 패턴상 세 건 모두 동일인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지난 6월부터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의 후속 조치가 소극적이어서 이 사람이 반복적으로 출몰한 것 아니겠느냐. (용의자)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오 교수는 "알몸으로 뛰어다니거나 여성을 추행하는 행동은 성도착증의 전형적인 수법이어서 그 이상의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하려면 범행 장소에서 지문이나 비말, 정액, 털 등 DNA를 확보해 대조해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수사기관에 용의자의 DNA 데이터가 없으면 신원 특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용의자가 범행을 준비했다면 이 일대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서대문서 관계자는 용의자 특정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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