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지율이 왜 떨어졌을까, 저도 많이 고심했습니다."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 지지율 하락 이유를 묻는 첫 질문이 나오자 이재명 대통령은 잠시 생각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면도 많았고 특정한 현안 때문일까 생각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을 다 합쳐서 저의 부족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배려도 부족하고 섬세함도 부족하고 소통도 부족하다. 결국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 6월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입담으로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던 모습은 이날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전 10시30분 특별 기자회견을 위해 영빈관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기자석과 불과 1.5m가량 떨어진 연단에는 평소와 달리 이 대통령이 앉을 의자도 놓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약 20분간의 모두발언부터 이어진 질의응답까지 99분 내내 선 채로 회견을 진행했다. 답변은 이전보다 절제됐고 목소리도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시작 30분 미루며 메시지 수정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이날 회견은 30분 늦게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메시지를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대통령이 이번 회견을 매우 무겁고 책임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회견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일곱 번째다. 앞선 여섯 차례 회견이 취임 30일·100일·신년·1주년, 비상계엄 1년 외신회견, 유럽 순방 성과 회견처럼 특정한 계기를 두고 열렸다면 이날은 별도의 주제를 두지 않았다.

청와대가 회견장에 내건 문구는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였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국민'을 63차례 언급했다. '국민의 삶', '국민의 뜻', '국민의 선택', '국민의 의사'에 이어 "국민이 옳다", "국민만 믿겠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국정 운영의 최종 판단 기준이 국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너무 많은 과제 앞에 마음이 바빠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작은 성과와 국민들께서 보내주시는 큰 성원 앞에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는 자성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의 옷차림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묻어났다. 국민임명식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 맸던 밝은 흰색 바탕의 이른바 '초심 넥타이' 대신 이날은 짙은 검은색 정장에 남색 바탕의 가는 흰색 사선 줄무늬 넥타이를 맸다.

무거운 분위기는 회견장 측면에 자리한 참모석에도 확인됐다. 참모진은 굳은 표정으로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동안 수첩에 연신 메모를 써 내려갔다. 다리를 꼬거나 팔짱을 낀 채 비교적 편한 자세로 회견을 지켜보던 이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웃거나 옆 사람과 말을 섞는 모습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질문 더 받자" 없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기자 13명의 질문에 답했다. 기자들은 지지율 하락 원인과 연임 개헌, 조작기소 특검과 공소취소 논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거취,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수도권 부동산 대책,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도입 논란, 임신중지약 도입 문제 등에 대해 잇따라 물었다. 이 대통령은 민감한 질문에도 답변을 피하기보다 자신의 판단과 입장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자신의 재판과 맞닿아 있는 조작기소 특검과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모든 일은 순리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되면 된다"며 특검의 진상 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공소취소 권한을 둘러싼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특검의 권한 사항 중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시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며 "불필요하게 공소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부동산과 인사 문제에서도 방어적인 답변에 머물지는 않았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 집중과 공급 부족,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원인으로 꼽으며 공급 확대와 공공기관 이전, 규제·세제·금융 정책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해보려고 한다"고 했고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며 국민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취임 1주년 회견에서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의 종료 고지에도 "질문 더 받자"며 자청해 질문을 더 받고 167분간 회견을 이어갔던 모습은 이번에는 재현되지 않았다. 당초 90분으로 예정된 이날 회견은 9분을 넘겨 낮 12시9분에 끝났다. 회견 종료 이후 분위기도 직전 회견과 달랐다. 지난 회견처럼 기자석을 돌며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던 이 대통령은 이날 복도 끝자락에 앉아 있던 기자 서너 명과만 짧게 손을 맞잡은 뒤 굳은 표정으로 빠른 걸음으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