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현직 보좌진이 제기한 의혹이 장관 후보자나 여당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번진 사례는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까지 확인된 것만 네 건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좌진의 전문직업인화와 갑질을 보는 인식 변화 ▲폭로가 실제 인사에 영향을 미친 선례의 축적 ▲공천·인사 검증상의 허점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원들의 인식 전환뿐 아니라 보좌진 보호 장치 구축과 인재 검증 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기 이틀 전인 지난 17일 추가 의혹을 담은 전직 보좌진의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후보자 측은 탄원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고 자진 사퇴와도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진 갑질 의혹 속에 자진 사퇴했고, 같은 해 12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보좌진 사적 동원 의혹 등 각종 논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1월에는 보좌진에게 폭언하는 내용의 녹취가 공개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이 철회됐다.

보좌진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는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의원과 보좌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다. 과거에는 운동권 선후배나 정치적 동지라는 유대감 속에서 장시간 근무와 사적 지시까지 당연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좌진 스스로 정책과 입법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반면 일부 의원이 여전히 임면권을 쥔 '갑'의 위치에서 과도한 헌신이나 사적 지시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당 보좌진협의회 관계자는 [시대]에 "과거 정치인들에게 보좌진이 '가방모찌' 정도로 여겨졌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초·재선 의원보다 더 전문성과 국회 경력을 갖춘 보좌진이 늘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한 전직 보좌진도 "초선 임기 말로 갈수록 보좌진을 하인 대하듯 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공천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랫사람을 쥐어짜는, 이른바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이는 의원이 오히려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공천 헌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사진=뉴시스


둘째는 보좌진의 문제 제기가 실제 인사와 정치적 거취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례가 쌓였다는 점이다. 보좌진의 증언이나 폭로가 장관 후보자 검증과 당직 사퇴로 이어지면서 목소리를 내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의원실에서 약 15년간 근무한 한 전직 보좌진은 "최근 폭로를 보며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공감대가 보좌진 사이에서 형성됐다"며 "미투(Me Too) 폭로가 연쇄적으로 이어졌던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셋째는 정치권의 인재 충원과 공천 과정에서 검증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양당 모두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자신에게 충성할 사람을 중심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경향이 있어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구조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물의 정치권 진입으로 이어지고, 결국 갑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논란을 막으려면 공천과 고위직 인사 단계에서 후보자의 경력과 정책 역량뿐 아니라 보좌진을 대하는 태도와 조직 관리 능력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재 여야 보좌진협의회와 국회인권센터가 고충 상담 등을 맡고 있다. 그러나 보복성 면직이나 재취업 불이익을 막고 국회의원이 가해자인 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익명 신고자 보호와 보복성 불이익 금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 조사기구 설치, 보좌진 평판 조회를 공천·인사 검증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숙련된 보좌진이 국회에 남아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보좌진협의회 관계자는 "3급 보좌관 신설과 초과근무수당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베테랑 보좌진이 기업이나 정부 부처·기관으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개별 의원에게 집중된 보좌진 임면권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좌진은 형식적으로 국회사무총장이 임면하지만 의원의 임용·면직 요청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구조여서 의원과 보좌진 사이에 강한 종속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규 보좌진부터 국회사무처가 공식 절차를 거쳐 채용하고 의원실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면 직업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