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 보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내년 1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코인) 소득과세를 두고 정부와 시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는 이미 3차례 미룬 과세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와 야당은 과세가 시작과 함께 투자자들이 해외거래소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다. 소액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의 해외 이탈이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렸던 전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과세는 이날로 내년 1월1일 시행까지 100일을 남겼다. 근거 조항은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7호다. 이 조항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가 정한 가상자산, 즉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전자적으로 거래·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를 팔거나 빌려줘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본다.



세율은 소득세법 제64조의3이 정한다. 가상자산소득에서 250만원을 뺀 금액에 20%를 매기며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22%다.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이다. 이 과세는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돼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3차례 미뤄졌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지난 17일 발간한 '가상자산 소득과세의 쟁점 및 과제' 보고서에서 ▲세원 포착 ▲신고·납부 인프라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 ▲거래 손실 인정 범위 등 4가지 빈틈을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암호화폐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예정처가 지적한 첫번째 허점은 세원 포착이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거친 코인은 언제 얼마에 샀는지 확인해 줄 주체가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암호화자산 보고체계(CARF)에 따른 국가 간 거래정보 교환도 한국은 내년 일본 등 46개국과 시작하지만 싱가포르·홍콩 등 29개국은 2028년, 미국은 2029년에야 참여한다.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와 연 정책간담회에서 "준비되지 않은 디지털자산 과세를 서둘러 시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의 해외 이탈이 곧 환율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코인의 해외 유출은 이미 가파르게 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옮겨간 코인 규모는 건당 100만원 이상 기준으로 2023년 상반기 19조7000억원에서 2025년 하반기 87조3000억원으로 약 4.4배로 불어났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환율을 끌어올린 전례도 있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 절하 폭이 커진 건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500원을 넘어선 뒤 6월에는 장중 1560원을 웃돌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이른바 '서학개미'의 돈을 되돌리는 데 공을 들여 온 것은 이 때문이다. 해외주식을 팔아 국내 증시에 1년 이상 재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 감면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3월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안정세로 돌아서 1300원대 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코인 과세는 이 흐름과 반대로 간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해외 증시에서 국내로 자금을 유입시키기 위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준 바 있는데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 이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1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의 모습. / 사진=뉴스1


그럼에도 정부는 물러서지 않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13일 공개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 기본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2027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전체 투자자의 85%가 보유 자산이 500만원이 안 된다"며 "지금 출발하는 게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취득가액을 입증하지 못해도 번 돈의 5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기본공제가 250만원인 만큼 소액투자자의 세 부담은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됐는데 왜 코인에만 과세하느냐는 물음에는 "주식의 경우 거래세 및 양도소득세(대주주·해외·비상장)를 과세 중으로 세금이 전무한 가상자산 소득도 과세해야 공평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체적 과세 기준을 연내 국세청 고시로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 논리로도 메우기 어려운 대목은 손실 처리다. 현행 소득세법은 한 해 안의 손익만 합산할 뿐 손실을 이듬해로 넘겨 공제하는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내년에 1억원을 잃고 2028년에 1억원을 벌어 2년 손익이 0원인 투자자도 2145만원(지방소득세 포함)을 내야 하는 구조다.

이런 불만은 청원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오른 '코인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지난 14일 동의자 5만명을 넘겨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채웠다. 앞서 5월에는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도 5만명을 넘겨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다.

분수령은 연말 국회 세법 심사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에 유예안을 담지 않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유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선 3차례 유예도 모두 시행을 한 달가량 앞둔 연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됐다.

예정처는 대안으로 국내 거래소 이용 유인책과 거래소 연계 자동 계산·신고 시스템을 제시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폐지된 금투세와의 형평성, 낮은 기본공제, 이월공제 부재 등 현행 과세 체계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과세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