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면서 K바이오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신약 개발 역량과 정책 지원을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K바이오에는 중국의 성장세를 활용할 기회와 함께 독자적인 개발 역량을 지켜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2026~2030년 제약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과 활용 분야에서 세계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원천기술 개발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산업 고도화, 국제협력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자체 개발한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5% 이상으로 높이고 혁신신약 산업 규모의 연평균 성장률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연매출 10억달러(1조3500억원)를 넘는 의약품은 5개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다.
원료의약품(API)에 강점을 보여온 중국 제약산업의 무게중심은 혁신신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에서 허가된 혁신신약 38개 가운데 31개가 자국 개발 품목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개발 중인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은 4751개로 전 세계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협력도 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5월 이노벤트와 최대 105억달러(14조2200억원) 규모의 항암제 개발 협력을 체결했다. 초기 개발 프로그램 12개가 대상이며 이 가운데 4개는 양사가 공동개발한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같은 달 항서제약과 최대 152억달러(20조5800억원) 규모의 협력을 발표했다. 양사는 항암과 혈액, 면역질환 등 공동 발굴 과제 등 13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중국 바이오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이른바 '생물보안법' 관련 조항을 국방수권법에 포함했다. 우려 바이오기업의 장비·서비스를 활용한 연방정부 조달과 계약을 제한해 중국 바이오기업과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취지다.
K바이오에는 중국의 성장이 기회이자 경쟁 압력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대규모 환자군과 임상 인프라를 갖춰 초기 임상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후보물질을 도입하거나 공동 임상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면서 중국과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양국 간 인허가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의 임상 데이터를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중국 후보물질과 임상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자체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개발 역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중국과 연결된 연구개발과 공급망이 글로벌 사업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뀐 사례가 적지 않다"며 "중국을 무조건 견제하기보다 활용할 부분은 활용하면서 국내 기업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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