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두고 정부의 대응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1일 오전 발생한 이번 사고는 폭발이 두 차례 이어진 데다 위력도 커 북한군 목함지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소행으로 확인되더라도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 현 정부의 대북 기조와 북미 대화 국면을 고려하면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때만큼 강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황주봉 합동참모본부 작전1처장(육군 준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투입된 장병들로부터 "목함지뢰와 유사하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합참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조사기관 관계자 40여 명이 전날 현장조사에 착수했으나 폭발 추정 지점까지는 접근하지 못해 지뢰 파편은 수거하지 못했다. 현장 조사에 따르면 사고는 MDL 이남 약 120m 지점의 수색로 개척 작전 중 발생했다. 1차 폭발로 지뢰 탐지 중사가 부상했고, 부상자 구조 중 수색대대장이 2차 폭발에 휘말렸다. 부상 장병 3명 중 2명이 중상이다.
폭발 위력이 우리 군 M14 대인지뢰보다 강해 북한군 지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14의 폭약량은 약 29g인 반면 북한군 목함지뢰(PMD-57)는 TNT 약 200g으로 거의 7배에 달한다. 이번 폭발로 부상한 대대장이 방탄장화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발목이 절단된 점은 북한 목함지뢰의 강력한 살상력을 입증한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은 "피복에 묻은 화약과 파편 등을 조사하면 우리 군 화약인지, 북한군 화약인지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폭발 지점으로의 접근이 제한되면서 결정적 증거 수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지뢰로 확인되면) 합당하고 상당한, 그에 상응하는 대응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다면 엄연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 MDL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그어진 경계선이고, 남북이 이 선에서 각각 2㎞씩 물러난 구역이 DMZ다. 정전협정은 양측 군대가 이 선을 침범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북한군의 MDL 침범은 지난해 한 해 17차례였으나 올해는 급변했다. 8월 중순 이후 한 달여 새에만 20여 차례에 이르면서 월 평균 침범 횟수가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유엔사는 이 같은 추세에 대비해 지난 6월부터 MDL 이남 지뢰 매설 의혹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상태다.

2015년 8월 4일 DMZ에서 북한군 목함지뢰가 폭발했을 당시 우리 군은 6일 만에 북한 도발로 확인하고 대북 성명과 함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같은 달 20일 북한군이 포격 도발을 감행하자 우리 군은 155㎜ 자주포 29발로 즉시 대응사격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선조치 후보고" 지시를 내려 강경한 대응 기조를 명확히 했다. 북한은 서부전선에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으나 8월 25일 합의로 긴장이 해소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매설 주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2015년 당시 대응의 핵심이던 대북 확성기 방송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됐고, 확성기까지 철거된 상태다. 이 때문에 같은 수위의 대응을 재현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추진하려는 가운데 한국이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상황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최대한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천명했고, 2018년 9·19 군사합의 복원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폭발 원인 규명이 향후 대응 수위를 결정할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최근 매설한 지뢰로 확인된다면 공식 항의뿐 아니라 군사적 조치까지 수반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국제 외교 환경을 고려할 때 2015년 수준의 강경 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매설한 것으로 특정된다면 우리 군도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2015년 때와 같이 확성기 재개 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 외교 채널을 통한 항의와 유엔군사정전위원회(MAC) 차원의 문제 제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폭발 장소가 최근 북한군 활동 추정 지역과 수십 미터 떨어져 있다는 점은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오래된 지뢰의 유실 가능성이나 과거에 매설됐던 지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사고 지역에 150㎜의 호우가 내렸다. 이 때문에 폭발 지뢰가 최근 매설된 것인지, 아니면 과거 6·25 이후 매설된 유실 지뢰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숙제가 됐다. 신 연구원은 "대인지뢰는 매설 깊이가 일반적으로 얕기 때문에 강한 폭우가 내릴 때 토양 침식으로 인해 떠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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