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이 없는 금융그룹들이 잇달아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본업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없는 업권을 사들여 종합금융그룹의 모양새를 갖추려는 것이다. 다만 내년 자본 규제 강화를 앞두고 불어난 몸집만큼 자본을 채워야 하는 숙제도 커졌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애큐온캐피탈 지분 50.54%를 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자회사 애큐온저축은행도 함께 품는다. 같은 날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한화투자증권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넣기로 했다. 한화생명뿐 아니라 교보생명은 지난 4월 SBI저축은행 최대주주에 올랐고, OK금융그룹은 7월 예별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M&A에 나서는 배경에는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 있다. 보험연구원이 금융감독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보험산업의 보험손익은 전년보다 3조원 줄었다. 저축은행·캐피탈 중심인 OK도 사업 다각화가 과제였다. 교보생명은 인수 당시 보험사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고객을 저축은행으로 연결해 가계여신을 1조6000억원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효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한화생명의 2분기 별도 순이익은 2624억원이었지만 자회사 이익을 더한 연결 지배순이익은 4476억원에 달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화생명이 비생명 인수로 넓힌 금융 포트폴리오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계인 우리금융도 동양·ABL생명을 편입한 뒤 상반기 비은행 이익 비중이 22.3%로, 1년 전(6.9%)의 세 배를 넘었다.
문제는 자본확충 능력이다. 정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애큐온캐피탈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본비율 하락 부담만 관리할 수 있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내년부터 손실흡수력이 높은 자본만 따지는 기본자본 킥스 규제가 도입된다. 한화생명의 1분기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58.8%로 규제 기준(50%)과의 격차가 10%포인트도 안 된다. 공동투자자에게 풋옵션도 부여했다. 행사되면 나머지 지분 49.46%를 추가로 사야 하지만 조건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OK금융 역시 예별손보 정상화에 최소 5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 8월 상반기 실적을 설명하며 신계약 판매에 따른 자본 부담에 대해 "요구자본은 즉시 증가하지만 CSM은 상각을 통해 매년 이익잉여금에 반영되는 만큼 기본자본비율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몸집을 불린 만큼 체력을 채우는 속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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