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 /사진제공=효성중공업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대미투자 첫 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계에 새로운 수주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양국이 한국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사업 전 과정에서 전력기기가 두루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는 기술 경쟁력과 현지 생산체계를 기반으로 수요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프로젝트 스타'로 명명된 사업은 총 223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입해 6.5GW 규모 발전소를 건설·운영한다. 생산 전력은 인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공급된다. 2029년 1단계 상업 운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가동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양국은 발전 기자재 공급부터 설계·시공, 운전·정비(O&M)까지 한국 기업의 참여를 늘리기로 뜻을 모았다. 미국은 터빈을 비롯한 한국산 기자재가 향후 미국 내 다른 발전 프로젝트에도 공급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히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프로젝트 확정 후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천연가스를 태워 가스터빈을 돌린 뒤 배기가스 열로 증기를 만들어 스팀터빈을 가동한다. 버려지는 열을 한 번 더 활용해 일반 화력 발전보다 효율이 높고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건설 기간이 짧아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요처까지 보내려면 전압을 송전에 알맞게 높이는 주변압기와 전력 흐름을 제어하고 사고 발생 시 전류를 끊는 차단기가 필요하다. 송전된 전기는 변전소에서 전압이 다시 낮아진 뒤 내부 배전반을 거쳐 서버 곳곳으로 공급된다.

국내 전력기기 3사는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수주 경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분야 강자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굴든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대형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2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건설 중인 제2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500kV급에 이어 765kV급 초고압 변압기까지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어 북미 수요 대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부터 전력망 안정화 설비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 17조5000억원 가운데 북미 비중이 57%다. 이달부터 미국 자회사 효성 HICO가 콴타서비스 자회사와 세운 합작법인을 통해 초고압 차단기를 현지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이 본격화되면 국내 전력기기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에서 변압기와 차단기 생산능력을 갖춘다.

LS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분배 설비와 배전 설루션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서버와 냉각 설비에 전력을 나눠 보내는 배전반을 비롯해 중전압 차단기, 배전변압기 등 관련 제품군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를 통해 345kV급 초고압 변압기까지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며 송전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텍사스주 배스트럽 캠퍼스와 유타주 생산법인 등 현지 생산거점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발전소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전력 인프라 전반에 국내 기자재가 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며 "품질과 납기 경쟁력을 입증하면 미국 내 후속 발전 프로젝트 수주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