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원전을 찾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AI 인프라 증설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이 핵심 대안으로 떠올라서다. 시장 성장세가 더 가팔라지는 만큼 대형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현지 공략에 나선 국내 원전업계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최근 북미 빅테크 기업의 시선은 원전을 향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이를 뒷받침할 주전원으로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만큼 상시 발전이 가능한 원전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탄소 배출이 적다는 장점까지 갖춰 탄소중립 기조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실제 구글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최대 원전 운영업체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20년간 890MW 규모 원전 전력을 공급받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핵심은 기존 원전의 발전 용량을 늘리는 '업레이트' 방식이다. 신규 원전 건설은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나 기존 원전은 이미 송전 인프라 기반이 갖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전량을 늘릴 수 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도 동일 기업으로부터 690MW 규모 원전 전력을 20년간 공급받기로 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기존 원전의 출력을 높이는 업레이트 방식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발전 용량을 190MW 확대해 전력 공급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폐쇄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식으로 원전 전력을 확보한다. 마찬가지로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장기 전력공급계약을 맺은 MS는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를 내년 재가동해 835MW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북미 빅테크 수요 확대와 맞물려 현지 원전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약 100GW인 원전 설비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원전 출력 증강 및 폐쇄 원전 재가동은 물론 신규 대형 원전 건설과 SMR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1기-바이든-트럼프 2기 정부부터 일관된 SMR 산업 육성 기조를 보이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원전 수요가 늘면서 북미 공략에 힘을 싣고 있는 국내 원전업계에도 시장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최근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SK이노베이션, HD현대 등이 미국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가속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8월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자재 사업을 수주했으며 SK이노베이션도 관련 사업 협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HD현대도 테라파워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을 맡을 방침이다.
정부 역시 K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기대감이 커진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일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열고 12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원전 건설 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미국 각지에 웨스팅하우스 노형(AP1000) 6기, 한국 노형(APR1400) 2기 등 총 8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김창희 원전전략기획관은 "한국의 우수한 원전 역량과 탄탄한 공급망을 토대로 미국 내 원전건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K원전이 글로벌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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